견월망지(見月妄指) : “달을 보라 했더니, 손가락만 본다” 핵심(달) 대신 아이 말투(손가락)에 집착하면 대화만 어긋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잠깐 와봐, 할 얘기가 있어”라고 부를 때, 아이는 시큰둥한 태도로 ‘왜 불러?’ 하고 대꾸할 수 있습니다. 무례한 말투처럼 들리지만, 아이 입장에선 “응? 뭐야?” 정도로 대답한 것일 수도 있지요.
문제는 부모가 이때 ‘너 그 태도가 뭐니?’ ‘말투가 왜 그래?’라고 지적하기 시작하면, 정작 부모가 말하고자 했던 본질(달)은 사라지고 아이 태도(손가락)만 놓고 신경전을 벌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부를 때, “이번 주말에 어떻게 보낼까?” 같은 즐거운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아이가 ‘에이, 귀찮아’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한 부모는 그 태도부터 지적하니 대화가 꼬이는 것이지요. 아이는 억울합니다. ‘나는 그냥 대답한 건데 왜 이렇게 화를 내지?’ 하고요. 결국 서로 기분만 상한 채로 말싸움을 하다 끝나기 일쑤입니다.
‘견월망지(見月妄指)’는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상대방은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입니다. 대화에서도 ‘부모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달)’을 놓치고, 아이의 사소한 말투(손가락)만 계속 문제 삼으면 대화는 산으로 갑니다. 때로 아이의 태도가 거슬릴 수 있지만, 그걸 문제삼기보다 ‘내가 애초에 무엇을 말하고 싶었지?’를 떠올려 보세요.
예를 들어 아이가 건성건성 앉아 있다고 해서, “너 자세가 그게 뭐야!”라고 지적하기보다, “오늘 주말에 뭘 하면 좋을까? 한번 생각해 볼래?” 하고 본 주제부터 끌어오는 거죠. 그럼 아이가 ‘아, 주말 계획을 의논하고 싶으신 거구나’ 하고 주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일단 얘기가 잘 오간 뒤, 마지막에 살짝 “그런데 말이야, 다음부턴 조금만 더 눈을 맞춰주면 좋겠어”라고 언급하면 아이도 거부감 들지 않고, 올바른 태도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반대로 태도부터 지적하면, 아이는 방어적으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아, 됐다고!” 이런 식으로 대화가 격해지지요. 결국 부모와 아이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가 사라지고, 서로 기분만 상하는 상황으로 변질됩니다.
부모가 먼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기억하고, 아이 태도가 약간 미흡해도 일단 대화 흐름을 이어가는 쪽이 훨씬 유익합니다. 아이가 조금 건성이어도 대화에 집중하세요. 이 대화의 핵심은 태도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듣고 말하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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