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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만 있는 영·유아도 다 조사하라

가정에서의 아동 학대에 대한 보도가 끊일 새가 없다. 그래서 경찰청은 학부모 대상으로 아동 학대 근절과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또 정부는 장기 결석이나 미취학 어린이에 대한 관리 매뉴얼을 마련해 지난달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어린이의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이틀 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교육청은 전담기구를 만들어 미취학자 중 집중 관리 대상을 정하고, 월 1회 이상 안전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취학 연령인데도 학교에 오지 않는 아동을 전수 조사한 결과, 19명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더욱 불안한 것은 의료 기록이 전무한 4~6세 영·유아 809명이다. 서류상 출생신고만 있을 뿐 예방접종 한 번 받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잔병치레가 잦은 시기임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게 많은 숫자다. 이번 주부터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니 얼마나 많은 숨겨진 참극이 또 드러날지 벌써부터 암담하다.

게다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대상 연령인 유아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안 했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의 아이보다도 약하고 대응력이 없는 이 중 상당수가 오로지 집 안에서 어떤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정부는 초·중학교뿐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적용할 '아동 학대 조기 발견 및 관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4~6세 아동에 대한 예방접종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모의 학대나 방임이 의심되는 아동을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다 진작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지만 '육아는 부모 책임'이라는 관념 탓에 엄두도 안 내던 일이다. 우리의 경제성장이나 변화 속도와는 별개로 육아와 아동 인권은 부모와 가정에만 맡겨놓은 전근대적 태도 때문이다. 가정이 건강하다면 물론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다변화 시대에 가정 또한 만만찮게 구조가 변하고 다양화되었다. 이혼·재혼·조혼(早婚) 등 어른들이 빚어낸 소용돌이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혼란과 폭력을 방관해온 것이다. 겨우 두어 달 사이에 밝혀진 아이들의 희생에 놀라고 분노만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당하고 있을 아이들을 시급히 찾아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