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친구를 걷어차고, 교사 밀치고, 식판을 던져버리는 아이는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그냥 두면 방임일 수 있고, 그만하라는 말도 자칫 어투에 따라 정서적 학대가 될 수도 있고, 행동을 제지하자니 잡을 수밖에 없는데 혹여 꽉 잡았다고 해석하면 폭력이 되니 문제 행동하는 아이에게 관심 두기보다 다른 아이들 다치지 않게 하느라 전전긍긍이에요. 교사들은 이런 경우 원장에게 도움을 청하고 원장은 교실로 수습하러 갑니다. 그동안 잘 이끌었던 능력 있는 교사도 요즘은 부쩍 무능한 교사처럼 행동합니다. ‘선생님 그동안 잘했잖아요. 그동안처럼 하면 돼요.’ 했더니 ‘그동안은 교사로서 자신감이 있었고,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자신감이 없고 두려워요. 원장님이 도와주세요.’라고 합니다. CCTV에만 관심 두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한 답도 주고 가세요.”
| 교사가 위축되면, 교육이 위축된다
어린이집 전수조사를 나온 경찰관과 담당자에게 어린이집 원장이 부탁한 말이다. 어떤 아이라도 사랑과 인내로 감싸안아야 하는 것이 교사의 책무이겠지만 현재 보육현장은 위축되어 있고 사회적인 공분은 크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관련자들이야 거론의 여지 없지만 이 여파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에까지 지장을 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당당하게 아이들 지도하면 되지 새삼스럽게 웬 말이냐고, 그동안 문제행동을 보인 아이는 어떻게 했느냐고’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 위축된 채 조심하다 보면 실수가 더 빈번해질 수 있다. 영유아기는 언어표현이 아직은 미숙해서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거칠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문제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안아주거나 거친 행동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교사가 어떤 행동인가는 취해야 한다.
그런데 교사가 겁을 내고 있다. 오해받지 않게 제대로 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말이 격려로 들리지 않는다. 이 직업을 그만두자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늘어났다. 안타까운 건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할 우수한 교사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채찍은 난무하지만 어디서도 당근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채찍만 있고 당근이 없는 교육은 없으니 기다려보자고 확신을 주어야 한다. 교사가 위축되면 교육이 위축된다. 특히 유아기는 어느 시기보다 교사의 영향이 큰 시기이다. 웃음과 함께 교육적인 소명까지 잃어가는 교사들에게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을지 우려된다. 현장이 침체되고 빛을 잃으면 안 된다. 교실을 살려야 한다.
| 올바른 훈육의 정의부터 바로잡아야
교사들의 사기저하 문제는 비단 어린이집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교수학습 국제조사 기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사의 직업 만족도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명 가운데 4명이 교사가 된 걸 후회하고 있다는 수치다. 본 조사는 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국내 응답자는 수업 외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과 아이들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을 불만족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훈육에 대한 정의와 올바른 방법에 대한 혼돈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사랑의 매’라는 말을 사용하며 오랫동안 폭력을 훈육의 한 방법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훈육과 체벌, 학대의 경계점도 못 찾고 있는 듯하다. ‘훈육’이 아동학대 교사들의 변명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진정한 훈육이 무엇인지 교사들은 알 것이다. 더욱이 영유아기의 훈육은 애정과 관찰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실제 때리지 않았더라도 물건을 들고 때릴 듯 위협하는 것, 낮잠 시간에 아이들이 잠든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 역시 학대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 아이를 꾸중하는 형태로 훈육하는 교사도 문제이지만,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못 찾고 오해가 두려워 아이가 제멋대로 행동해도 내버려 두는 교사 역시 아동학대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정말 악의적인 학대도 있지만, 교사들이 훈육 차원에서 한 일이나 사소한 부주의가 학대행위로 판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는 전수조사가 사회적 공분을 삭히는 방법이나 겁주기와 공포의 분위기를 만드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교사에게 학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알려주고, 이를 현장을 격려하는 현장지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포감을 조성하여 ‘방임’과 ‘무관심’이란 또 다른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스킨십은 유아기 아이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육적 수단인데, 현장의 교사들이 이마저 두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우려된다.
학대가 아닌 진정한 훈육이 되려면,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상태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훈육은 그에 맞는 단계와 절차가 있다. 교사의 짜증이나 분노의 감정이 개입된 훈육은 학대의 범주에 속하기 마련이다. 아이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아이와 함께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교육이다. 이 또한 교사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가능해진다. 교사가 아이에 대한 마음과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
| 교사의 밝은 미소가 부모의 신뢰를 얻는다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2013년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는 144만 3,677원이었다. 기본급에 처우개선비를 얹은 것이다. 주당 근무시간은 55.1시간이다.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15시간 이상 길지만 44.6%의 보육교사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하루 중 휴식시간은 17분에 불과했다.
내 아이를 혼자 보는 것도 힘든데, 혼자 아이들을 온종일 돌보는 보육교사의 고충은 얼마나 크겠는가.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된다면, 근무 만족도와 자부심이 높아지면서 보육의 질 제고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각 반에 보조교사배치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교사들 입장에서 근무환경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교사 스스로도 관점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CCTV가 교사의 자유를 억압하고 감시하는 수단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진심을 다하는 교사를 보여주고 설명할 소중한 자료가 된다고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교직이 천직임을 보여주자. 어린이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차가워졌을지는 몰라도,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선생님들을 의지하고 사랑한다. 보육공포와 불안이 커진 만큼, 부모들이 더 믿고 의지하게 되는 사람 역시 교사들이다. 그 공분의 와중에도 원장과 담임선생님한테 위로와 격려의 문자를 보낸 엄마들의 지지와 신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혼란의 소용돌이 가운데에도 꿋꿋이 교실을 지키며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교사들에게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또한 기억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맞이하는 원장과 교사의 표정이 밝고 환한지를 눈여겨보고, 상담 시에도 교육적 관점을 확인하기 위해 원장과 교사의 언어와 태도를 살펴보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움츠러들고 자책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지 말고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환한 웃음과 바른 태도를 보이자. 교사의 불안은 아이에게 쉽게 전이되므로 더 밝고 의연한 교사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보여주자. 우리의 아이들이 아침 일찍 신나게 가방 메고 친구와 선생님이 보고 싶어 어린이집에 즐겁게 가야 한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제2의 부모임을 교사는 잊지 말자. 아울러 우리는 모두 아이들에게 밝은 선생님, 따뜻한 선생님을 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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