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돌쟁이 손녀 (조)은성이를 돌보는 신성임(55) 할머니. 책을 읽어주고, 이유식을 만들고, 미끄럼틀을 태워주는 등 쉴 틈이 없다. 아기가 잠드는 저녁이면 함께 곯아떨어지기 일쑤. 그래도 웃는다. 내 딸을 위한 거라고. 남에게 맡기는 것보다 부족해도 가족이 나은거 아니냐며. 추상철기자 |
|
황혼 육아를 두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상충한다.
조부모보다 차라리 제3자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는 주장과 부모가 믿을 수 있는 조부모가 더 좋다는 의견이다.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온전히 돌볼 수 없는 경우, 고민만 더 커진다. 하지만 일치하는 지점이 있다.
누구에게 보육을 맡기든 ‘주 양육자는 부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부모가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황혼 육아 속, 어떻게 주양육자가 될 수 있을까.
건강하고 행복한 육아를 위한 전문가들의 지침을 담았다. 조선미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임영주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가 조언했다.
■ 조부모, 부모, 아이까지 안정적 정서 확보 가능
조부모에게 황혼 육아의 장점은 한 마디로 ‘건강한 일자리’다. 고정적인 일과 수입이 없는 상태의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일과 자식으로부터 생활비를 당당하게 지원받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특히 아기를 돌보며 조부모의 몸과 마음이 더불어 젊어지는 것이 긍정적 효과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시기에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어 우울증이나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기는 부모 역시 제3자에게 아이를 맡겼을 때 생기는 불안감을 덜 수 있어서 좋다. 아이 성장에 대해 일거수일투족을 들을 수 있다.
황혼 육아는 아이에게도 좋은 측면이 존재한다. 조부모는 이미 시행착오를 겪어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시야가 넓어졌으며, 손주 돌보는 일이 주업무가 되다보니 아이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이 그러하다. 또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바뀌지 않으니 안정된 환경에서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조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면 응석받이가 된다고 하지만 ‘진짜’ 사랑을 받으면 아이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넘친다.”(임영주 교수)
■ 주양육자는 부모… 역지사지 명심해야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황혼 육아를 우려한다.
부모가 조부모에게 양육을 맡김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조부모가 손주에 대해 자신의 판단을 밀어붙이는 등 갈등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조부모와 부모간 갈등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아이에게 폐해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엄마가 이모가 되어버리거나 할머니와 엄마가 아이를 붙들고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어린이가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황혼 육아로 겪지 않아도 될 가족 문제가 빚어진다. 이럴 땐 차라리 부모가 요구사항을 모두 말할 수 있고 조부모는 손주를 마냥 예뻐할 수 있도록 제 3자에게 보육을 맡기는 것이 낫다.”(조선미 교수)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어떤 방법이든 아이를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조부모나 부모나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 생각해야 한다. 이를 잊지말고 대화와 이해, 존중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부모가 주양육자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고 조부모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부모는 부모가 없는 시간에 ‘최소한의 돌봄’을 원칙으로 한다. 부모의 휴일이나 퇴근 이후의 시간에 자신의 자녀가 힘들까봐 계속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부모가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해 양질의 육아를 해야만 조부모는 육체적 노동을 쉬며 재충전할 수 있고, 부모는 자신의 역할을 익힐 수 있으며, 아이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
또 아이에 대한 모든 것은 조부모와 부모가 이야기하되, 중요한 결정은 부모가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간혹 옛날에 자녀를 키우던 방식을 고집하는 조부모가 있는데 보육 환경이 바뀐 만큼 독단적인 조부모의 결정은 아이 부모와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조부모는 인터넷과 최신 정보로 무장한 부모의 결정을 지지해주고, 부모는 조부모가 경험에서 길어올린 조언을 귀기울여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조부모의 (시간과 질 측면에서)지나친 양육은 부모를 제3자로 만들어버리고 보육의 원칙을 갖기 힘들어져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조부모 육아 시간을 정하고 결정은 부모가, 책임도 부모가 지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 역시 “조부모의 역할은 보조라는 것을 모두 잊지 말아야 하며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읽듯이 조부모의 마음을 읽고 어루만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꼽는 황혼 육아의 제1원칙은 조부모와 부모의 ‘역지사지’다. 덧붙이는 공통된 의견은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려운 것이 서로 이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 부문에서 딱 떨어지는 해결방안은 없다고 한다.
방법은 단 하나. 부모가 온전히 돌볼 수 없어 선택한 황혼 육아, 그 중심에 조부모나 부모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류설아기자
| |
 |
|
| |
조선미 교수, 임영주 교수 |
|
전문가 프로필
조선미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EBS ‘생방송 60분 부모’와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로 유명하다. 자녀 교육 전문가로 저서는 <부모 마음 아프지 않게 아이 마음 다치지 않게>,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등이 있다.
임영주 신구대학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는 부모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부모교육전문가로 활동한다. 저서는 <아이의 사회성 아빠가 키운다>, <큰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아들 키우기> 등이 있다.
홈 > PR ROOM > 인쇄매체 보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