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포항 오천고서 ‘첫번째 교육’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 스마트폰 치우고 눈을 보세요
2014-11-24
◀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가 지난 21일 포항 오천고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밥상머리 교육 특강을 하고 있다.
“생각을 조심해.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해. 행동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해. 성격이 되니까. 성격을 조심해. 운명이 되니까.”
‘철의 여인’ 대처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늘 들어온 말이다. 청소년 시절의 인성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인성 교육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몇몇 학교가 폭력 예방 교육 등을 시행하지만, 형식에 그칠 때가 많고 학교 또한 ‘정답 찾기’ 훈련에 바쁜 학생을 강연장 의자에 앉히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유대인 노벨상 수상 비법
밥상머리 토론에 있어
식사준비∼정리 함께하며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야
포항시가 포항교육지원청, 해병대, 영남일보와 협약을 맺고 학생과 학부모,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첫 교육이 열린 오천고 강당. 저녁식사 시간에 못다 한 얘기가 많았던지 강당에 들어서자 500여명이나 되는 학생의 수다는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잠시 뒤 소란을 잠재우고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가 연단에 등장했다.
그녀는 “예절교육이라고 하면 ‘공자 왈, 맹자 왈’을 연상하며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아이들은 ‘몸에 대한 공부’, 즉 예절을 배운 다음에야 비로소 책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인성으로 평가를 받았다. 예절교육이 잘돼 있어야만 어려운 세상 이치 공부도 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소란스럽던 학생들의 눈빛이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부모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식사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실제 전 세계 인구의 불과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밥상머리 토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밥만 같이 먹을 것이 아니라 재료 준비부터, 조리, 정리까지 온 가족이 함께해야 더 큰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효과적인 밥상머리 교육을 위해서는 식사때 TV와 스마트폰을 꺼두고 서로의 말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오천고 학생이 ‘예절이 공부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인사로 강의를 마쳤다.
이날 강연을 들은 이재은양(2년)은 “가족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맞벌이 부모여서 식사를 함께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거창한 대화를 않더라도 아침식사는 반드시 같이 먹을 작정”이라고 의지를 새겼다.
다음 밥상머리 교육은 25일 포항 유강중에서 실시되며, 12월에는 해병대 장병을 대상으로 예정돼 있다.
글·사진=포항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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