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오피니언 [발언대] '내 자식 내 맘대로?', 잘못된 정서 바로잡자
일자: 2014.04.17 03:02
'아동 학대의 84%는 부모(양부모, 계부모 포함)에 의해 일어난다'는 보도(조선일보 4월 10일자 사설)에 몸서리가 쳐진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수치는 놀랄 만한 게 아닐 것이다.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아이를 가장 많이 사랑할 수 있고 동시에 가장 많은 학대를 할 수 있으니까.
부모의 영향은 아이에게 절대적이다. 이번 칠곡 사건의 피해 아동이며 사망 아동의 언니는 '계모·친아버지와 따로 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계모가 동생을 죽였고 자신들을 학대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기 전에는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알기 때문에 두려워서 끝까지 사실을 숨겼을 것이다. 자녀가 비록 어려도 그들은 부모가 자신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학대를 당해도 외부인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다. 사실을 말한 후에 돌아올 더 많은 학대와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입이 강한 아이들에게 버려짐은 '헨젤과 그레텔'을 연상시키고 숲 속 마녀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죽음과도 같은 공포다. 차라리 맞고 참으며 그걸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게 어린아이의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가 얼마나 심각하고 많을지는 아이의 정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심각하게 느낄 것이다.
우리에게도 '신데렐라법'이 필요하다. 계모(stepmother)라고 해서 모두 신데렐라의 새엄마 같은 사람은 아니다. 분명한 건 우리에게도 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신데렐라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여왕의 6월 국정연설에서도 이 법이 공식 언급될 예정이라고 하며 아이들에 대한 신체적, 성적 학대 및 정서적 학대도 범죄로 규정한다고 한다. 게다가 사랑에 굶주리게 하는 것도 법의 제재를 받는다고 하니 '내 자식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남들이 웬 참견이냐'는 잘못된 정서가 이 기회에 정신 번쩍 들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한다. 내 아이라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사랑과 관심 이외에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
아동보호기관의 역할도 돌아봐야 한다. 현장에 대한 조사 방법 등 상담원 교육과 훈련이 강화되어 진정한 아동보호기관이 되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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