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수님!

오늘 새벽 복잡한 마음으로 교수님의 오디오클립을 듣고 용기내어 글을 써봅니다.

전 현재 40살이고, 36개월과 15개월 딸들을 둔 엄마입니다.

요즘 섬세한 큰 딸을 키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제 감정을 컨트롤 하기는 더 어렵구요.

가은인 결혼 7년만에 인공수정으로 낳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예쁜 딸입니다.

가은인 갓난 애기때부터 웃는 모습을 보기 참 힘들었습니다. 잘 웃는 둘째딸을 보고 알았습니다. 갓난아기들도 잘 웃는 다는것을..^^; 하지만 까탈스러운 아이는 아니었죠. 백일무렵부터 제가 주 3일 근무하여 옆 동 시댁부모님께 맡겨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잘 놀고, 밥도 이유식 시작할 때부터 너무나도 잘 먹는 아이였습니다. 못먹는게 없을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어릴때부터 제가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는데 5개월 때 '엄마'를 시작하고, 9개월엔 "이게 뭐야?"라는 말을 할 정도로 말이 빨랐고 어휘습득력이 좋았습니다. 또한 아이인데도 조심성이 있고 간혹 감정을 컨트롤하기도 했습니다.(18개월 즈음..4개월무렵부터 늘 보던 친구들과 엄마들과 함께있었는데 제가 급한 볼일이 있어 30-40분 혼자 나가야 할 일이 있어 잠시 맡겼습니다. 잘 놀다가 엄마를 찾았다는데 여느 아이들처럼 엄마를 찾으며 우는게 아니라 울먹울먹해서 달래주었더니 울지는 않고 겨우 겨우 참았다고 합니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처럼 말이죠. 마음이 아팠습니다ㅜㅜ).

문화센터에 다닐 때엔 수업내내 가만히 앉아 선생님과 다른 아이들이 하는것을 바라보다가 이제 분위기 적응되서 하려하면 끝나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과장된 몸짓과 큰소리의 선생님을 싫어하기도 했구요. 18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고, 적응기가 다른아이들보다 다소 길었습니다. 두달 정도 엄마와 떨어지며 울었지요. 낯선 상황에 적응하는 것은 지금도 오래걸립니다. 그리고 엘레베이터에서 엄마 뒤에 숨기 바빴지요. 섬세한 성격이 그 때부터 명확히 드러난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21개월 둘째를 보기전까지는 사람들에게 아기가 늘 편안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차분하고, 때쓰는 일이 거의 없고, 얼굴도 편안해 보였으니 말이죠.

그런데 둘째를 보고 나서부터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동생을 이뻐하고 엄마를 잘 이해해주었습니다. 엄마가 동생을 안아줄 때면 "나도 안아주세요"라고 하며 안기는 정도의 애틋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요. 저도 가은이를 둘째보다 더 신경써주었습니다. 둘째를 보다가도 가은이의 부탁이 있으면 최대한 들어주려 노력했습니다.

 둘째의 영향보다는 저의 말과 행동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39살에 둘째까지 출산하며 몸이 많이 안좋았습니다. 면역력이 약해 대상포진에도 감염이 되어버리고 말았지요. 그런 몸으로 두 아이를 보려고 하니 참 어려웠습니다. 전 가은이에게 평소엔 웃는 얼굴과 약간은 업되고 자상한 말투로 대합니다. 사랑표현도 많이 하는 편이구요. 대화도 많이 하려고 가은이 책을 미리 읽었다가 자주 얘기를 해주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한없이 자상한 엄마이지요. 하지만 아이가 화를 돋구는 행동을 할 땐 참고참고 참다가 결국 터져버립니다. 두 돌 무렵 밥을 안먹을 때가 있었습니다. 반찬은 종종 먹지만, 밥은 한끼에 한숟가락 정도 먹는 아이가 너무너무 야속해서 거실 식탁에 있는 아이를 놔두고 안방에 가서 혼자 "악~~~" 하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돌아와서는 "왜 안먹는데? 이제 먹지마! 엄마가 다신 밥 안해줄거야!!!"라며 접시를 설겆이통에 던지듯 넣어버리고 막 울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제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악을 썼던 날이었지요. 옆에서 아이는 놀라서 울기만 했죠. 그 날 아이의 겁먹은 눈은 아직도 안잊혀지고 제 가슴의 상처로 남았습니다. 제 딸에겐 더 깊은 상처이자 불안이 됐겠죠..ㅠㅠ 그러고나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아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이렇게 전 감정기복이 심한 엄마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짜증은 늘 남편에게 돌아갔죠. 한참 후에 알았습니다. 제가 남편과 함께 있을 땐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늘 "이건 왜 이렇게 했냐..이건 왜 안했냐.. 이렇게 하면 어떡하냐.." 등등 비판의 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가은이에게 그런 모습들이 보입니다.

무표정일 때가 많고, 여느 아이들이 신나하는 경우에도 가은인 뚱한 표정입니다. 모두 다같이 박수치며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는데, 혼자 뚱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무안해서 "가은아, 생일 축하노래할 때 다같이 박수치며 축하해주는거잖아~ 우리 축하해주자~^^"라고 말해줘도 싫다하며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오늘이 36개월 가은이 생일이었는데, 가족들이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내 생일이니 난 노래도 안부르고 박수도 안칠거야!"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별것도 아닌데 비판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떡해~!", " 이렇게 하면 안돼~!" 등 그 예뻤던 말투가 사라지고 화난 표정, 비난의 말이 이어집니다. 인형놀이를 할 때도 "이렇게 하면 안돼~ 이렇게 하는거야~ 내가 해줄게" 등... 말을 빨리 따라하고 습득하는 아이라 처음엔 그냥 흉내내나보다 싶었는데 이대로 굳어질까 너무 걱정됩니다. 다 저를 보고 따라한 것 같아 속상하고 부끄럽고 한숨만 나옵니다. 동생에게는 한동안 "안돼!"하며 자기것을 못만지게 하며 밀고 때리기를 많이 하다가 최근엔 때리는 행동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해맑고 성격좋은 둘째에게 언니의 행동이 조금씩 보이네요. 언니를 때립니다.ㅜㅜ

그리고 어젠 백화점에 갔다가 우연히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를 만났습니다. 가은이랑 저랑은 키즈까페를 가는 길이었죠.

그 친구는 "가은이~"하고 반갑다고 환하게 웃는데, 가은인 또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더군요.

"가은아, 민준이네~! 여기서 보니 참 반갑다. 그치? 우리 인사해줘야지~ 안녕~~^^"하며 제가 손을 잡았는데 뿌리치고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민준아, 가은이가 여기서 보니 낯선가봐~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하며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전 왜 또 점점 화가 나는 걸까요.."가은아, 민준이 싫어? 민준인 환하게 웃으며 저렇게 인사하는데 넌 왜 안해? 엄마는 얼마나 민망했는줄 알아?"했더니 "쑥쓰러워서 그랬어~다음엔 인사할거야.."그러더군요.. 제가 또.. 아이의 성격을 인정하지 못하고 또 비난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어제 자기 전에 쑥스러워서 그런지 몰랐다며..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아까 잠들기 전, 목욕하러 들어가서 양치질 할 때입니다.

가은이가 먼저 혼자 양치하고 마지막엔 엄마가 마무리 해줘야 하는데, 그게 싫어서 계속 뺀질뺀질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고 그게 30분이나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겨우 달래서 다 하고 목욕을 시작하는데 제 화가 다시 치밀어오릅니다.

"양치질을 30분이나 하는게 말이돼? 너랑 매일 이렇게 실랑이 하는거 엄마 얼마나 힘든지 알아? 벌써 11시야. 이러니 또 잠을 못자잖아. 내일 부턴 5분안에 할거야. 엄마가 마무리하자 할때 안하면 그 때부턴 엄마 나갈거니까 너 충치가 생기든 감기가 걸리든 엄마 상관안해. 알았어?"하며 목욕하다 말고 또 아이에게 주저리주저리 화를 냈습니다.ㅜㅜ 살면서 남편을 제외하고 이렇게 불친절하게 말하는 대상은 우리 큰딸밖에 없는 듯 싶습니다. 한번 더 참으면 끝나는건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아 큰일입니다.ㅜㅜ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어떤 말로 우리 두 딸을 대해야 하는지...

요즘 가장 화를 자주 내는 상황이 양치질할 때, 밥을 제자리에 앉아서 먹게 할 때입니다.

그리고...가은이의 장점은,,

언어력이 좋아 문장력이 좋고, 기억력이 참 좋습니다. 책을 참 좋아해 혼자 앉아 그림책을 30분씩 보기도 합니다. 그림그리기, 퍼즐 등을 좋아하고 집중력이 좋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크고 동물과 자연을 사랑합니다. 평소 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똑똑한 가은이의 성격을 잘 헤아려 주고 이끌어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정말 힘이 듭니다.

제가 뿜어내는 독설에 가은이가 점점 시들어가는게 아닌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꼭 도와주세요.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교수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