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전문가이자 소통전문가로서 수많은 가정의 사례를 만나며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결혼 전 충분한 대화를 나눈 부부일수록 육아의 고비를 보다 잘 넘긴다는 점이다. 많은 부부가 결혼을 사랑으로 결정하지만, 결혼 생활은 사랑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태도, 가치관, 삶의 방향이 일치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부의 관계에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던져준다.

그래서 오늘, 결혼 전에 반드시 나누어야 할 이야기 다섯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 중 네 가지는 부부로서의 삶을 위한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부모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1. “우리는 갈등을 어떻게 풀 것인가?”

결혼 후 갈등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건 비현실적이다. 중요한 건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아는 것이다. 감정을 숨기거나 회피하는지, 목소리를 높이는지, 아니면 침묵으로 일관하는지 등 각자의 대처 방식을 미리 공유해보아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관계를 지속시키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육아라는 큰 스트레스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며 회복할 수 있는 ‘대화의 태도’를 결혼 전에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돈에 대한 가치관은 결혼 생활 전반에 깊이 영향을 미친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저축과 소비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네 돈, 내 돈’인지, ‘우리 돈’인지에 대한 합의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육아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사교육, 의료비, 육아휴직 등 다양한 지출 앞에서 경제적 가치관의 차이는 갈등의 불씨가 되기 쉽다.

3. “가족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까?”

결혼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양가 가족들과의 관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시댁, 친정, 명절, 육아 지원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가족과의 거리감, 역할 분담에 대한 생각이 서로 비슷한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부부 스스로 경계를 설정하고 가족 간 관계를 조율할 수 있어야 결혼 후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특히 부모 세대의 육아 지원을 받을 경우, 그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4. “우리는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가?”

결혼은 ‘지금’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함께 늙어가는 삶’을 위한 동행이다.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은퇴 후 삶은 어떻게 그리는지 등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육아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부부가 어떤 방향으로 삶을 함께 걸어갈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필수다. 같은 속도로 걷는 것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5.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자녀 계획을 세운 부부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질문이다. 자녀의 수, 양육 방식, 교육 철학, 미디어 사용, 훈육 방식 등 아이를 키우는 수많은 결정들에 대한 공감과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육아 시간의 분담에 대한 합의는 갈등을 예방하는 핵심이다. ‘엄마가 당연히 하는 일’이라는 전제를 버리고, 부모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육아휴직, 야근, 출장 등 업무 상황에 따라 육아 계획이 어떻게 조율될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또한 감정적인 지지도 중요하다. 몸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함께하는 육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를 대하는 태도, 애착 형성에 대한 인식, 부모로서 성장하려는 자세까지 진지하게 대화해보아야 한다.

결혼은 시작일 뿐이다.

그 여정을 함께 걷기 위해,

그리고 아이를 함께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랑’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다.

질문을 미루지 말자. 대화를 피하지 말자.

우리가 어떤 부부가 되고 싶은지,

어떤 부모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결혼 전에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결혼은 훨씬 더 단단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소통전문가

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