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외할머니 드리려고 화분 여러 개 사다 놓았잖니. 너는 외할머니 집 근처에서 사도 되는 걸 굳이 여기에서 사다 놓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지. 화분을 여러 개 사 놓은 이유가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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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이른 아침에 골목을 걸어가던 중이었어. 꽃집 앞의 울타리 망이 넘어져 있고, 화분 서너 개가 부서져 있는 거야. 꽃집 할머니가 그걸 치우고 계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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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요? 아까워라.” 나도 모르게 멈춰서 안타까워했단다. 화분도 아깝지만 할머니는 손해를 본 거잖니. 그런데 할머니가 그러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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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말이유. 화분은 깨졌어도 꽃은 살릴 수 있어 다행인데 사람은 다치지 않았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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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분 걱정, 할머니는 사람을 걱정하는 거였다. 급할 때 나오는 말이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건데, 그 순간 할머니는 너무도 아름다운 분이었어. 물질적 손해와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앞에 두고 사람이 다치지 않았을까를 걱정하는 그 마음이 솔직히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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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쓰러진 화분 앞에서 꽃이 살아서 감사하고, 사람은 안 다쳤을까 걱정하는 넉넉함을 보여주신 꽃집 할머니 덕분에 인생을 사는 비결과 ‘말결’을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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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 말에 세뇌되는 동물이라 긍정적이고 희망에 찬 말을 하면 뇌도 그런 방향으로 움직인다지. 자꾸 반복하면 무의식 깊이 그 말이 각인되어 뇌의 자동 유도 장치에 따라 그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해. 엄마가 존경하는 이시형 선생님의 책 <인생내공>에 나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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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너도 네 귀가 듣기에 좋은 소리를 내렴. 특히 위급하고 다급할 때 말이야. 그게 진짜 자신이거든. 그러려면 ‘말내공’을 쌓아야겠지. 쉽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가치 있는 걸거야. 아름다운 ‘말결’로 네 인생이 남실거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