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을 반드시 표현해야 하는 이유 [딸아 삶의 비밀은 여기에 있단다] 임영주박사의 힐링에세이

네 생일날 아침. 엄마는 네가 일어나면 볼 수 있게 문자를 미리 보내려고 휴대전화를 열 었지. 초가을의 이른 아침, 커피 향기도 너무 좋은 그런 날이었어. 뭐라고 쓸까? 분명 길 지 않은 말일 텐데도 시간을 들였단다. 그리고 보낸 축하 메시지는 네가 받은 그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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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스데이 투 딸 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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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한다는 몇 글자 쓰면서 A4 한 장의 칼럼을 쓰는 것 마냥 시간이 걸렸다. 다시 쓰고 다시 쓰느라. 네가 받은 짧은 생일 축하 메시지는 그렇게 긴 생각 끝에 완성된 거 야. 기억나니? 축하 메시지의 마지막 말, “비나, 네가 엄마 딸이라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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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행복하다고. 네가 엄마 딸이라서 고맙다는 말을 아낀 것 같아. 코끝이 찡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낄 걸 아꼈어야지. 너희에게 아끼고는, 부모교육전문가로 젊은 부 모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아이를 안아줘라. 손잡아라. 눈을 보며 사랑한다고 말해라. 그 리고 네가 엄마 딸이라서, 아들이라서 고맙다고… 입만 열면 습관적으로 나오게 말해라. ” 얼마나 자주 말했던지. 너희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아꼈던 말이라서, 더 강조하 고 강조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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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행복하다고 너무 좋다고. 이런 말이 말끝마다 나오길 바란다 . 표현하렴.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입에 배도록. 너무 잘 표현해서 너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말이야. 세상을 채우는 이 흔한 말이 네 입에서 나올 때 어색하진 않겠지. 물론 너는 너무도 잘할 거야. 그래도 혹시 우리 딸이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낄 까 봐 하는 얘긴데, 너무 아끼면 녹슬고 굳어진단다. 자꾸 꺼내 써야 말랑해지고 윤기 나고 본래의 가치를 발휘해. 특히 말은 아끼면 안 돼. 아예 못 하게 되거든. 귀한 말일수 록 자주 꺼내 쓰렴. 그래야 입에 착착 감기게 할 수 있어.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 미안해.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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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강연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나도 같이 연습한단다. “네가 내 딸이라서 너무 고마워. 내가 네 엄마라서 행복해. 사랑해.” 울리지 않으면 종이 아니고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잖니. 내년 네 생일 축하 문자는 금방 완성될 것 같구나. 그동안 많이 쓸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