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크, 쩔어. 답정너.. 남편과 TV를 볼 때면 짜증이 치밉니다. 입만 열면 은어, 속어, 외계어니 정말 무슨 애도 아니고..싶은 생각에 저절로 가르치는 맘이 생겨 잔소리가 나와요. 결혼 전에는 재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워낙 유머가 풍부하고 말을 시원스레 해서 매력으로 보이기도 했거든요. 근데 지금도 여전히 20대를 못 벗어나는 것 같아요. 게다가 다섯 살 딸도 이걸 그대로 따라하니 걱정이구요. 어느 날은 무슨 얘기를 하다가 ‘낄끼빠빠’라는 말을 해서 제가 “오빠. 정말 너무하는 거 아냐? 애 앞에서?” 하며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더니 딸이 아빠를 안으며 하는 말 “엄마 왜 그래 심쿵하게” 합니다.

“뭐? 심쿵은 또 뭐야! 애가 정말” 했더니 남편 왈 “어이구 우리 딸, 심쿵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니고 멋진 사람 봤을 때 쓰는 말이야” 이럽니다.

엄마아빠의 말은 아이 또래 말과는 달라야 합니다

말의 중요성이야 언급할 필요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특히 엄마아빠의 말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부모의 말이 중요한 것은 말할 나위 없지요. 영유아기 아이는 부모로부터 언어를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또래 문화를 강력히 받는 사춘기 때도 마찬가지로 부모말의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춘기 자녀와 카톡이나 문자를 할 때도 ‘유행어나’ ‘준말’보다는 ‘본디말을 쓰라 권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케할거얌“이 아니라 ’어떻게 할 거니?‘라는 것이지요.

요즘은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신조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가끔 유아들도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준말이나 속어, 신조어를 제법 사용하지요.

7,80년대에도 줄임말은 있었어요. 작가 조세희의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오린 작은 공)’등이었지요. 좀 길다 싶은 제목 등을 언어사용자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이해불가의 준말이 많아 소통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준말, 속어. 비어 은어가 아이들의 세상에서 난무하지만 부모에게 듣는 말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이가 볼 때 부모와 친구는 여러 면에서 달라야 합니다. 그 중에서 말의 품격이 달라야 하는데요. 친구는 또래 문화를 반영한 말이 주를 이룬다면 부모님의 말에는 삶의 연륜과 독서, 교양 등 문화적인 품격을 담고 있어 아이의 언어발달을 도울 수 있는 ‘언어 멘토’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말은 그 사람입니다

상담을 해 오신 엄마의 걱정은 남편의 말에 대한 것입니다. 연인이었을 때는 재미있게 들렸던 말이지만 아이의 아빠로서는 웬지 위태위태해 보였던 것, 공감하게 되네요.

‘만땅(가득)’ ‘복골복(복불복)’ 등 의미도 모른 채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사용하는 언어를 따라 쓰는 것을 역할 놀이 영역에서 듣고 그 에피소드를 제 책에 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따라쟁이, 모방의 대가입니다.

‘말이 그 사람의 전부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은 사회성, 인성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세상은 스피치에 대한 능력이 더 요구될 것이며 엄마 아빠의 말이 아이의 말을 결정할 것입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부모의 말이 아이의 말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부의 말입니다. 아이가 남편의 말을 따라할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이 앞에서 지적하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건 아닌지요.

아이 앞에서 아빠(엄마)를 훈계하지 마세요.

부부끼리 상대방의 말이 거슬릴 때 아이를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부부가 서로를 훈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서로를 가르치다가 아이 눈에는 ‘부부 싸움’하는 것으로 비쳐서 오히려 ‘말싸움’으로 보입니다. 부부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서로에게 말한 것인데 그 어조나 말투로 인해 아이에게는 싸움 분위기만 가르치는 것이 됩니다.

아이 앞에서 지적을 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아빠는 맨날 엄마한테 혼나는 사람’이 됩니다. 하고 싶은(지적할) 말이 있으면 아이가 없는 곳에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은 배우자의 고쳐야 할 말을 에코익하지 마세요. 아이가 반복 학습을 합니다.

“'쩔어‘가 뭐니? 그것 봐. 오빠가 그런 말 쓰니까 애도 쩔어라고 하지.”

아이가 쓴 ‘쩔어’라는 말에 엄마는 두 번이나 반복 사용한 겁니다. 아이는 엄마의 '쩔어‘를 두 번이나 들었지요.

아이의 입장에서 종합해보면 아이 자신의 말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오히려 엄마가 그 말을 두 번이나 반복 사용해 가르친 것이고, 아빠의 호칭을 왜곡해 오빠라 부른 것이며, 아빠를 혼 낸 것 등입니다.

남편과 아이가 외계어를 쓸 때, 이 때가 엄마의 곱고 바른 말의 효력이 발휘될 때입니다.

“헐, 크, 쩔어”라는 아이의 잘못된 표현을 반복하지 말고 오히려 얼굴 표정을 온화하게 하면서 “와 대단해 보이는 구나?” 라고 바른 표현으로 에코익 반응해주세요.

부모의 말은 자극적이거나 유행을 따르는 말이 아니라 ‘바른 말‘이어야합니다. 쓰기에 ‘맞춤법’이 있듯 말하기에도 바른 말(표준어와 바른 발음법)이 있습니다.

남편의 외계어를 상담해 온 엄마 덕분에 부모의 말이 역시 중요하고 영향력이 지대해하다는 것을 다시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