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밖에서 유난히 말 안 듣는 내 아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문화센터에서 부모교육이 있었어요. 평소엔 강연장 분위기를 위해 아이 동반을 하지 않지만 그날은 주말이어서 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아 어떻게 해야하나...망설이는데 아이와 함께 오면 아이는 선생님이 봐 주고 부모들은 강연을 들을 수 있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강연 시작 5분전, 선생님 인솔 하에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는데 우리 지민이는 저와 함께 있으려고 하는 거예요. 몇 번 권하던 선생님은 아이가 안 간다고 떼를 부리자 저를 보더군요. 저는 지금까지 배운 육아법을 동원해서 아이 눈을 똑바로 보며 얘기했어요.

“너 여기 있으면 엄청 심심한 거 알지?”

“다른 애들 재밌는 만들기 하는데 너 나중에 그거 없다고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어.”

몇 번이나 회유도 하고 큰소리도 치며 설득했으나 소용없어 결국 이런 말로 마무리하며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얌전히 있을 거야?”

“하지만 얌전히 있겠다는 아이는 역시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저는 아이 쫓아다니고 ... 다른 엄마들에게 미안해서 강연을 듣기는커녕 그날 아이 잘못 키웠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며칠이나 우울했습니다.”

일곱 살 아들을 둔 엄마의 상담글을 보며 엄마의 ‘아이 잘못 키웠다는 패배감’이란 말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만약 집이라는 공간에서라면 달랐겠지요. 90분 동안 아이를 쫓아다니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아이도 상황 파악을 잘 해요. 그 상황에서라면 엄마가 자신을 통제하기 쉽지 않을 것을 충분히 감지하거든요. 아이가 떼 부리거나 자기 맘대로 해도 된다는 상황파악을 더 잘하기에 아이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내 아이는 누구보다 부모가 더 잘 알아요. 아이를 존중하며 양육한다는 건 아이 맘대로 하게 부모가 휘둘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거든요. 양육의 주체인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의 습관이나 인성 등이 형성되므로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엄마의 큰소리가 더 방해될 때가 있다

당연히 아이는 가만 앉아 있지 못합니다. 유아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 흥미를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 - 15분 내외입니다. 분위기와 엄마의 강권에 의해 억지로 앉아 있을지라도 참을성의 한계가 있거든요.

식당이나 공공장소 즉 밖에서 아이가 돌아다닐 때 보이는 엄마들의 반응을 살펴볼까요.

먼저 아이가 돌아다니는 것을 그냥 두는 경우인데 아이 따라다니다가는 모임에 집중을 못할 것 같거나 혹은 육아에 지쳐있을 때 나타납니다. 아이 따라 다니며 제지하는 경우는 엄마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이때 아이 제지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커서 이목을 끄는 경우도 있지요. 그 다음은 아이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는 경우입니다.

어쨌든 이 경우 공통점은 (공공장소에) 아이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곳에 가는지, 왜 가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어야 합니다. 이야기 나눈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확실히 다릅니다.

상담을 해 온 엄마처럼 아이가 엄마와 잘 떨어지지 않는 경우라면 집에서부터 그곳에 가면 엄마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추가해야겠지요. 아무리 말하고 나와도 소용없다면 아이와 그곳에 가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집밖에 나와서 어르고 협박하듯 말하는 것과 집에서 아이와 차분하게 상황별로 이야기 나눈 것과는 확연히 다르므로 미리 포기하지 말고 잘 시도하면 분명 효과 있을 거예요. 그 다음은 장소에 도착했을 때 집에서 한 약속을 다시 확인하면 좋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를 정확히 인지시킨 후 만약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을 벗어나 아이와 둘의 공간에서만약 한두 번 정도 아이에게 약속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다면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나직하고 단호하게 상기시켜 주세요.

“지금 네가 돌아다녀서 방해가 되고 있어. 이제 선택해야 해. 어떻게 할까?”

“엄마는 이곳에서 중요한 강의를 들어야 해. 그런데 네가 엄마와 다른 사람들을 방해해서 곤란해. 어떻게 할까?”

아이의 발달과 수준에 맞춰 의견을 물어보세요. 아이라서 약속을 잊었을 수 있으므로 상기시켜 주되 엄마의 판단도 중요합니다.

아기를 안고 강연장 맨 뒤에 서서 2시간 동안 강연을 듣던 젊은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가 보채지 않게 어르다가 필요하면 가끔 조심스레 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하던 엄마는 강연이 끝나자 제게 와서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왔다 갔다 해서 박사님 강의하시는데 방해가 되었을지 몰라서 인사드리고 가려고요. 하지만 꼭 듣고 싶었거든요.”

그 상황에서 누구에게도 방해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던 아름다운 엄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