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내 아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아~” 하고 달려와 안기는데 ..“저리가. 이거 마치고 엄마가 갈게”했어요. 그런데 제가 일을 다 마치고 아이한테 갔는데 울고 있는 거예요. “왜 울어?” “....” “왜 또? 말 안 해? 그럼 엄마도 말 안 해” 했더니 “엄마가 저리가라고 했잖아요.”하며 울먹거리는 거예요.

아무리 여자애라지만 너무 소심해서 무슨 말도 못하고.. 정말 걱정이에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일곱 살 유아 엄마의 상담내용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잘 삐친다, 삐치면 오래간다. 다른 애들하고 친해지는 것도 어렵다, 수줍음이 많다. 무슨 말을 못 하겠다’라고 아이의 성격을 묘사했는데 엄마의 말을 종합하면 ‘소심’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소심이란 ‘대범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는 뜻으로 그 자체에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대범하고 적극적인 것, 외향적이고 활발한 것과 반대의 개념에 아이를 놓고 걱정하는 마음에 그렇게 표현하면 아이는 더 위축되고 말 그대로 소심해져요.

‘소심’이 아니라 ‘섬세’한 거예요.

‘아무리 여자애라지만 소심하다’는 엄마의 표현을 고려한다면 아이는 여자의 특징 중 섬세함을 가진 거죠. 섬세함은 소심과는 달리 ‘아주 찬찬하고 세밀하며 참을성 있다는’ 의미예요. 굉장한 장점이죠. 이 아이는 무심하지 않고 정서가 풍부하며, 대충 지나지 않아 덜렁거리지 않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기 때문에 독불장군식으로 행동하지 않는 공감능력이 높은 아이에요. 이렇게 많은 장점을 ‘소심’이라는 약점으로 표현하면 아이는 이 많은 장점을 발휘할 능력을 키우지도 못한 채 소심한 사람이 돼요. 물론 모든 성격엔 양면이 있지만, 그중에서 강점을 인정하면 강점이 커지고 약점을 강조하면 약점만 두드러집니다.

성격이 문제야 VS 성격이 참 좋아

엄마가 생각하기에 아이 성격 중 ‘문제점’인 잘 삐치는 성격은 말에 대해 이해가 높고 상대의 감정에 대해 잘 읽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발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물론 어떤 말에도 대범하게 툭 지나고, 잘 삐치지도 않으면 양육이 수월하고 성격도 좋아 보이겠지만 그런 경우 무심하거나 남의 감정에 아랑곳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내 아이의 섬세한 기질과 성격적 특징을 알아차렸다면 “너한텐 무슨 말을 못하겠다. 애가 왜 그렇게 잘 삐치니?”라며 아이를 꾸짖거나 비난하지 말고 엄마가 말을 조심하는 게 더 나아요. 말에 민감한 아이니까 말을 조심하는 거죠. “저리 가 있어”라는 말보다 “(안아주며) 엄마가 보고 싶어 왔어? 그런데 엄마가 이 일을 마저 해야 하거든” 하면 아이가 빨리 알아들을 수 있어요. 섬세하거든요. 섬세한 사람의 두뇌를 촬영해보면 뇌신경 활동이 활발해서 감정이입을 잘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여유를 두어야 아이의 강점이 발휘돼요

세심한 아이는 마음을 가라앉히는데도 시간을 필요로 해서 뒤끝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훈육을 하거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서 아이가 뾰로퉁해져 있으면 “아직도 삐쳤어?”라는 말을 삼가고 오히려 풀릴 수 있게 기분전환을 해 주거나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타고난 기질이지만 삐치고 소심해지는 성격은 부모라는 환경에 영향 받습니다. 이해하는 부모라는 환경을 만나면 감정 이입과 공감능력이 풍부하며 세심함과 이해심 있는 사람이 되고 아니면 매사 위축되고 왜곡된 사람이 되지요.

소심해 보이는 내 아이, 알고 보면 세심함과 더불어 세상을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아이예요. 이해와 지지를 받으며 자라면 자신감을 가지고 창의력을 발휘합니다.

참, 섬세함은 여성적인 특징만은 아니에요. 섬세함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은 대사가 있어 인용해 봅니다.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 벤(로버트 드 니로)의 대사예요.

“저는 섬세한 남자(sensitive man)죠 .... 칭찬하신 저의 남자다운 모습들은 섬세함에서 나온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