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개구쟁이 아들들과 숲체험을 가고 싶어요.

숲체험이 좋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요. 저도 왠지 좋은 엄마가 되려면 애들 데리고 숲체험 정도는 다녀 와야할 것 같은 거 있죠^^

하지만 말은 봄이지만 아직은 봄을 느낄만한 건 아직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개구쟁이 아들 두 녀석과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데...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는 게 문제예요.

A 3월의 봄 체험을 위하여

아직은 잿빛 버드나무지만 물을 잔뜩 머금은 채 연둣빛을 발할 채비를 마친 듯한 새봄의 기운을 함께 느끼는 것.

봄 숲 체험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도 좋아요. 바람, 햇살, 기운이라는 단어에 ‘봄’ 자만 넣어도 근사하지 않은가요. 봄바람, 봄햇살 ... 하지만 봄을 만끽하기에 새봄은 만만한 날씨는 아니지요.

봄바람을 방심하지 않는 옷차림이 좋습니다.

겨울에 비해 날씨가 풀렸다 해도 봄바람은 묘하게 뼛속을 스며듭니다. 게다가 봄바람은 도무지 두서없이 불지요. 모자 쓰고 목도리 두르고 나서야 제대로 봄 숲 체험을 떠나야 합니다. 아무리 자연이 좋은들 아이들이 춥다고 동동거리면 감기 걸릴까 걱정돼 숲 체험은 멀리 달아나고 말아요. 게다가 푹신하다 싶으면 해동되는 땅이 질척하기도 해 발걸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이 때를 대비해 살짝 빠져도 문제없는 신발을 신는 게 좋아요.

‘새싹’과 ‘새순’, 꼬물꼬물 올챙이

“와, 저 나무에 새순 난 거 봐.” 하는 엄마와 “와, 저 나무에 새싹 난 거 봐”하는 엄마는 무엇이 다를까요. 대체로 새싹은 땅에서 올라오는 식물의 싹이고 새순은 나뭇가지에서 싹이 트는 걸 지칭하는 데 알맞아요.

굳이 용어를 알려줄 이유는 없어도 글자 한 자의 차이는 오묘함을 느끼게 하며 이것이 표현과 어휘력을 키웁니다. 올챙이가 헤엄칠 땐 정말 ‘꼬물꼬물’칠까? 또 다른 의태어는 없을까? 아이들에게 표현하라하면 기상천외한 표현들이 나올 거예요. 엄마아빠는 그저 맞장구와 추임새만 넣으면 됩니다. 아이 보다 너무 앞서지도 말고 뒤처지지도 않게 아이의 발길과 눈길을 따라가면 되지요.

4월과 5월의 봄이라면 본격적 봄을 느낄만한 게 많아 숲 체험도 다양해집니다. 서양 민들레와 우리 토종 민들레도 구별해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죠. 민들레꽃이 피고 지면 민들레 홀씨를 날려보는 재미도 있어요.

토끼풀을 헤치며 네 잎 클로버도 찾고, 늦은 봄 토끼풀 꽃이 피면 풀꽃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온 가족이 끼면 어떨까요. 서로 손깍지를 끼고 걷는 봄 길은 너무도 화사하할 것 같습니다.

보리밟기 체험

가족 봄나들이 겸 보리밟기 체험도 해볼만한 자연 체험입니다.

보리 뿌리가 올라오지 않도록 뿌리를 밟아주고 그래야 보리가 뿌리를 잘 내리고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들려줄만한 고난과 좌절에 대한 대응력 이야기다.

자연에 대한 예의, 웬만하면 감탄하자

제비꽃 한 송이 발견하면 이 또한 감사하죠. 그 매서운 겨울 추위를 작디작은 풀꽃 하나가 여린 뿌리를 지탱하고 꽃 한 송이 피워 올린 얘기 하나만 나눠도 이번 봄 숲 체험은 멋집니다.

아이의 역경 지수(AQ) 올릴 방법을 굳이 연구하지 않아도 겨울을 이겨낸 제비꽃 한 송이 보고 느끼는 것이야말로 백 번의 가르침보다 낫잖아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요.

지상에서의 벚꽃이 피고 지면 산 벚꽃이 또 지천일 거예요. 벚꽃이 지고 난 후 버찌 열매가 열리면 이것을 이겨서 그림도 그리고 매화가 흐드러지면 매화꽃 길을 걸어보거나 매화꽃 지고 난 후 매실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보는 것도 기쁨이죠.

봄꽃 피는 순서도 이번 봄엔 눈여겨볼까요. 매화, 산수유, 조팝나무, 목련, 진달래, 개나리... 설령 꽃 피는 순서가 조금 다를지라도 올 봄, 아이와 함께 꽃 피는 순서를 눈여겨본다는 것만으로도 꽃을 기다리는 겸손한 마음이라 더 아름다운 봄일 것 같아요. 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