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기엔 불가능할 정도로 온 가족이 바쁩니다.

우선 초등생 아이는 벌써 학원 스케줄로 바쁘고, 남편 퇴근 시간도 불규칙적이에요. 아침식사로 ‘밥상머리 교육’을 할까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아침식사도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새벽 출근을 할 때가 많고, 아이는 늦잠을 자는 편이거든요. 저도 직장에 다니느라 식사 준비가 만만치 않구요.

그런데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 ‘꼭 집이 아니어도 좋다. 외식도 가족이 힘께 한다면 밥상머리 교육이다’라는 박사님의 ‘밥상머리 교육 특강’을 듣고 용기를 냈습니다. 그런데요. 여전히 어려운 것은 밥상머리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남편이 정말 어색해 합니다. 이제 40개월 된 막내는 아직도 식탁에 앉지 않고 돌아다니며 밥을 먹습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 두 아들을 둔 엄마 드림 -

하나, 밥상머리에서 무슨 말을 할까?

- 대화 공포증 버리기-

밥상머리에서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요?

어떤 말이든 좋습니다.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말이 있지요. 잘 하던 사람도 정작 무대(멍석)를 마련해주면 잘 놀던 놀음도 멈추는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그동안 가족끼리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 나누었건만 ‘밥상머리 교육’이 화두가 되면서 제대로 된 밥상머리 교육을 목표로 하니 밥상머리 대화가 영 어색하기만 합니다.

‘밥상머리 대화’가 중요하다니까 ‘어떤 말을 해야 할까’에 대한 형식에 주눅 들어 하는 부모님이 많습니다. 어떤 말을 할까에 대한 대화 공포증을 버리세요. 어떤 말이든 좋습니다. 날씨 이야기, 계절 이야기, 하루 지낸 이야기, 하고 싶은 것(꿈)에 대한 이야기, 식탁에 놓인 음식 재료에 관한 이야기 등 모든 것이 훌륭한 밥상머리 대화 소재입니다. 그러다보면 시간 내어 일부러 대화시간 갖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친구 관계, 학교생활 등도 알게 됩니다.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어떤 말이면 어떻겠습니까.

단, 상대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은 피해야겠지요. 이건 밥상머리 대화 에티켓을 넘어 글로벌 에티켓이니까요.

둘, ‘태도’와 예절도 ‘대화’다.

메러비안의 커뮤니케이션 3요소를 보면 대화 내용(말)도 중요하지만 그 외 비언어적 요소가 93%를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밥상머리 대화에 응용해보면 밥상머리에서 대화는 말 뿐 아니라 태도도 대화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앉는 자세와 얼굴 표정 등도 부모님이 보여야할 대화의 주요 요소라는 의미입니다.

“야, 너 똑바로 앉아.”

라고 말하는 아빠가 정작 바르게 앉지 않았다면 이 말은 ‘잔소리’입니다. 밥상머리를 즐겁지 않게 하는 ‘말(대화)이죠. 다리를 덜덜 떨며 식사를 한다면 아무리 입으로 인격적이고 멋진 대화를 한다 해도 총체적으로는 품질 좋은 밥상머리 대화는 아닙니다. 밥상머리 대화는 입으로 하는 말, 얼굴 표정으로 하는 말, 몸으로 하는 말과 행동 모두를 포함합니다.

특강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저 클 때는 어른들이 입 다물고 먹으라 했는데 요즘은 세상이 달라지긴 했어요. 밥 먹으면서 하는 말이 그렇게 중요하다면서요?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어렸을 땐 반항하느라 ‘입 다물고 어떻게 먹어?’ 했는데요. 근데 그 말이 일리가 있어요. 음식 입에 넣고 큰 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요. 식탁 매너와 밥상머리 대화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직한 대화법과 아울러 ‘밥상 예절’을 제기한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었어요. 맞습니다. 밥상머리 대화는 말과 행동 태도 모두를 포함하고 거기에 ‘예절’도 포함됩니다. 예절을 간과하면 진정한 밥상머리 교육이 될 수 없거든요.

대화를 할 때는 입안에 있는 음식을 삼킨 후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발음이 제대로 되는 것은 물론 입안의 음식이 상대에게 보이는 무례를 예방할 수 있으며 자칫 입안의 음식물이 상대나 혹은 음식 접시에 튀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가족 간 대화 품질이 우수하다해도 예절을 갖추지 않는다면 진정한 성공적인 ‘밥상머리 대화’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셋, 돌아다니며 먹는 아이에게 어떻게 말할까?

- 무조건 명령하는 엄마? 애원하는 엄마?

“한 숟가락만. 한 번 더 먹으면 00 줄게. 착하지” 라며 애원하는 엄마인가요? 이유는 있겠죠. “어렸을 때 뱃고래 키우지 않으면 나중에 키 안 큰다”는 말도 일리가 있고. 먹어야 면역력도 높으니 당연히 따라다니면서라도 먹여야겠지요. 하지만 대화방법을 바꾸어야겠습니다. 밥 먹기 전 아이와 마주 앉아 이야기 하세요.

“이제 밥 먹을 거야. 지금 안 먹으면 이따 저녁 식사 시간까지 먹을 수 없어. 어떻게 할까?”

아이가 20개월만 되어도 이런 말 알아듣습니다. 어리지만 인격적인 말을 건네라는 말입니다.

“밥 안 먹을 거야? 그럼 너 이따 저녁까지 아무 것도 못 먹을 줄 알아! 알았어? 엄마가 지난 번처럼 간식 안 줄 거니까 네 맘대로 해!”라는 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앞의 말은 엄마의 의견을 담아 요청한 거라면 뒤의 말은 반 협박과 명령입니다. 내용은 별 차이 없이 비슷합니다. ‘지금 식사시간이고 이 시간이 지나면 다음 식사시간까지 못 먹는다.’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큰 소리로 으름장 놓는 것과 아이를 바라보며 차근하게 이해시키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

아마 큰 소리 친 엄마는 아이가 밥을 안 먹었으면 안쓰럽거나 기타의 이유로 간식을 대령하거나 아이 따라다니며 ‘한 숟가락만’하며 애원하고 또 큰 소리 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설명한 엄마는 아마 엄마가 말한 대로 밥을 치우거나 간식을 안 주는 등 조용히 약속을 실천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선택하게 했기 때문이고 아울러 아이는 책임을 배웠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애 맘대로 하게 두는 것’도 아니고 ‘아이 맘만 존중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어린 아이는 부모라는 이성을 가진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할 권리가 있거든요.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끌려가는 것은 안전한 울타리 없이 방목하는 위험한 양육입니다. 밥상머리 대화로 아이가 인생에서 배워야 할 많은 것을 배우고 공유하며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