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이가 유치원(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해요.
어린이집에 잘 다니던 아이가 요즘, 부쩍 안 간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엔 이유를 물어도 “안가. 그냥 안가” 합니다.
엄마는 가슴이 철렁합니다. 다른 때 같아도 마음이 안 좋을 텐데 요즘 같이 어린이집 폭행 사건에 가뜩이나 불안하고 불신 가득한 때, 하필 아이가 ‘그냥 안 가’라고 떼 부리니 순간 온갖 추측으로 출근을 할 수 없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며 아이를 달랩니다.
“네가 안 가면 선생님이 보고 싶어할 텐데?”
“아냐. 선생님이 나 안 보고 싶어해.”
아이의 말에 더 철렁합니다. 올 것이 온 건가? 엄마는 ‘혹시 우리 아이도 평소 선생님한테 학대 받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듭니다.
엄마는 아이한테 물어보고 싶습니다. “혹시 선생님이 너 때려?” 하지만 이 말은 꾹 참았습니다.
‘아니지. 신체적 학대 말고 정서적 학대도 있다는 데....’
엄마의 질문이 좀 더 구체적이 됩니다.
“선생님이 네가 말하면 잘 들어줘?” “선생님이 너 좋아해? 싫어해?”
“네가 반찬 안 먹는다고 하면 억지로 먹으라고 해?” “네가 부르면 대답은 잘 해줘?”
어느 엄마와의 상담 내용입니다. 엄마는 이 사건이 나면서 온갖 전문가들이 나와 어린이집의 학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모조리 적어놓았다고 합니다. 그 것에 철썩 같이 믿었던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대입하면서 자꾸 불행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 아이가 그동안 맞지는 않았지만 혹시 ‘방임’과 ‘정서적 학대‘를 받았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마침 이 무렵이 짧은 방학을 마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개학 무렵이어서 ‘안 간다’ 고 하는 아이들이 꽤 있었던 때였습니다. 아이들의 개학 부적응은 이전에도 있어왔던 일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교육의 본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가진 가정이라면 모두 분노했고 온 국민이 공분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요 일간지는 앞다퉈 사건을 기사화했고 온 방송 채널은 연이어 이 장면을 수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초유의 사태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대서특필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이 비극 앞에서 어린이집 교사는 모두 죄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비 범죄자나 된 듯 우리는 ‘어린이집 선생님’이라는 우리의 직업을 밝히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교사의 긍지와 자부심이라곤 찾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합니다.
“선생님, 나 어떤 애가 선생님한테 맞는 거 봤다요?”
라고 말하는 어린 제자 앞에서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는 여섯 살 반 담임 선생님은 끝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웬만한 행사는 취소하고 싶습니다. 원장님과 선생님들은 고민합니다. CCTV 전수 조사 이야기가 나오면 몸둘 바를 모릅니다. 이미 몇 년 전에 CCTV를 설치한 기관에서는 후회도 몰려옵니다. 교사와 아이들 모두를 보호하는 취지였는데 혹여, 혹시, 만약.....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불안 앞에 모두 불안과 초조로 하루하루 보냅니다.
교사들의 불안을 알 것도 같습니다. 딱히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닙니다. 이 기계에 찍혀본 사람은 압니다. 걷는 것도 ‘어그적 거리는 것’처럼 보이고 팔을 잡아도 ‘잡아 당기는 것’으로 비춰지는 이 기계.
혹시 율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아이를 참여시키기 위해 일으키는 것이 잡아끌고 당기는 ‘취급’으로 비춰지는 건 아닐까, 한 줄 기차 세우느라 아이 세운 것이 밀친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을까... 밥 안 먹는 아이 먹여주느라 보인 노력이 오히려 강제로 ‘멕인’ 결과로 비쳐지고 그 장면이 불친절한 것으로 보여지는 건 아닐까....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선생님들을 자신감 없게 만들고 얼굴에서 미소를 사라지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환한 얼굴을 한 선생님, 밝은 목소리와 따뜻한 표정의 선생님을 봐야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웃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부모교육전문가니까 부모님들께 잘 전할게요. 부모교육 특강에 가서 엄마들한테 부탁할게요. 그리고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할게요. 그러니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사랑해주세요.
선생님들의 손끝과 태도, 표정이 우리 아이들을 키웁니다. 선생님은 하늘이 내린 위대한 분들입니다. 선생님의 표정과 손길, 몸짓과 발짓 모두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작은 아이들이 아름다운 청년들로 자라도록 부탁드릴게요. 힘들지만...선생님... 정말 부탁드릴게요.
웃어주세요. 아이들을 향해. 안아주세요. 우리 아이들을 진정으로. 다정한 목소리를 내 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표정이 살아나고 웃음이 넘치게 해 주세요. 혹시 저 구석에 방임되는 아이는 없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봐 주세요.
우리 아이들... 때로는 열 두 시간을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어린 이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목숨이고 선생님이 엄마입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들. 잘 부탁드립니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 지금 우리 억울하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궁지에 몰려있어도... 그래도 우리에게 힘을 주는 엄마들의 메시지도 있잖아요. 얼마나 애쓰는지 알아주는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있잖아요. 단 한명만 알아주어도 우리는 힘내야 합니다. 설령 알아주는 어른이 없을지라도 ‘선생님, 안아주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하는 아이들이 우리의 증인입니다. 이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은 하늘이 우리에게 주신 우리의 소명입니다. 선생님, 우리가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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