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사귀기 어려워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 별명는 ‘엄마 껌딱지’입니다. 듣기 싫은 말이지만 저도 인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는 정말 누가 봐도 엄마 밖에 모릅니다. 그런데 요즘은 걱정이 많이 돼요.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속으로 정말 좋았어요. 다른 아이들은 사춘기가 벌써 왔는지 엄마를 보고 툭툭거리거나 짜증을 낸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제 말이라면 잘 듣고 ‘엄마 사랑해’하며 안아주는 것도 좋아하니.. 아이 잘 키운 거 같기도 했구요.
그런데 요즘 보면 우리 아이가 ‘마마보이’ 맞는 거 같아요. 친구보다 엄마가 좋다느니 학원가는 것보다 엄마랑 공부하는 게 좋다든지 그러는데 친구 사귀는 것에 관심이 없고 친구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물어보면 “엄마가 있잖아. 친구들은 싫어.” 그러는 겁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입니다.
음식만 편식이 나쁜 걸까요?
사람을 사귀는 데도 지나치게 편중이 되면 지도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식습관을 잘 들이고 싶어 아기일 때부터 ‘이유식’에 신경을 썼던 기억나시죠? 이유식을 하려면 모유나 분유를 적절하게 주면서도 다른 ‘맛’이 있음을 알게 하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어떤 아이는 이유를 힘들게 겪기도 하지요. 그래서 엄마와 아이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세상’인 시기에서 ‘친구가 세상’인 시기가 옵니다. 빠르게는 유아기에서 시작하여 초등기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엄마에서 친구의 세계로 옮겨가려 하지요. 초등 고학년부터는 ‘친구가 전부인 세계’로 돌입하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친구가 아이를 좌우하기도 해서 부모는 아이의 친구에 온 신경을 쏟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좋은 친구 사귀기’를 강조하기도 하죠.
엄마와의 ‘이유’가 필요합니다.
상담을 해 오신 엄마의 경우처럼 아들이 ‘엄마 밖에 모르는’ 일명 ‘껌딱지 아들’이어서 고민을 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습니다 - 사실 아들 바보 엄마들은 이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자부심을 갖기도 합니다만- 그러다 초등 고학년이 되었을 때는 살짝 걱정을 하면서도 “다른 아이들이 사춘기로 엄마와 충돌하는 데 아들과 여전히 잘 지내는 것이 흐뭇하죠. 잘 키웠다 싶기도 하구요” 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상담사례처럼 ‘엄마만 좋고 친구는 별로’라면 이는 엄마와 아이의 ‘이유離乳’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엄마 품도 좋지만 아이에겐 엄마 외의 세상이 필요하지요. 바로 ‘친구 세상’입니다. 엄마의 세상을 끊게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는 엄마대로 좋고, 친구는 친구여서 좋은 그야말로 ‘사회성’좋고 ‘인맥지수’높은 아이가 되어야 세상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습니다. 엄마는 양보하거나 경쟁할 이유 없는 무한대의 사랑 공급처라면 친구들은 협상이 필요하고 양보를 해야 하며 때로 경쟁, 때로 관계의 뒤틀림도 경험하는 세상살이를 배우는 장場입니다.
이 관계 속에서 아이는 역경을 만나고 고난을 극복하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지요.
역경지수, 친구와의 관계에서 길러지죠.
얼마 전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알다시피 우리가 명문으로 꼽는 대학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유수한 학생으로 자부심 갖던 이 학생들이 대학에 오니 자신보다 잘 나 보이고 우월해 보이는 데 대한 자격지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 하는 경우도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 뿐인가요. 대학생들 설문 결과, 친구보다 부모와의 관계에 더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그 기사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영원한 친구일까요?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아이들과의 세상입니다.
마마보이와 ‘잔디 깎기 맘’
자꾸 품어주고 위험한 것에 노출될까 노심초사하며 아이의 역경이 될 만한 것들은 알아서 잔디 깎듯 치워준다는 ‘잔디 깎기 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다투며 화해하고 경쟁도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그게 진짜 삶입니다.
혹시 아이가 엄마 품에서 떠날까 불안한 나머지 여전히 품고 있는 건 아닌지요? ‘엄마가 해줄게’라는 말로 늘 아이 편에서 해결사가 되어 주시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안전한 엄마 품보다 더 좋은 세상은 없다는 걸 아는 아이가 어떻게 모험의 세계로 나갈 수 있겠어요. 친구들은 양보도 안 하고 내게 책임도 전가할 때도 있고 다툴 때도 있는 걸요.
그런데 이것이 아이가 살아갈 진짜 세계입니다. 아이가 친구들의 세계로 나가도록 격려해 주고 믿어주세요. 결국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부모의 세상과 품이 아니라 아이 친구들과의 세상이잖아요. 잘 자란 우리 아들딸들이 친구로 만나 멋진 세상을 살아갈 믿음. 그 믿음이 친구 사귀기를 두려워하지 않을 자녀로 키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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