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늦은 아이, 언어발달의 문제가 있는 걸까요?
- 아이 말이 늦어서 고민이에요.
“아줌마, 민호 별명 뭔 줄 아세요?”
“응, 뭔데?”
“뭐냐면요. ‘떤땡이’에요. 민호는 맨날맨날 선생님을 떤땡이라고 해요.”
아들 친구 얘기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제가 당황해서 얼굴 표정 관리를 못하겠는데 옆에 있던 아들이 친구를 때리며 “안냐. 내 별명 그거 안냐.” 하며 혀 짧은 소리와 불필요한 받침 붙이는 된소리로 발음을 합니다.
그러더니 아들이 덧붙이는 말, “나, 별면 떤땡이 안냐.”
아무리 남자아이라지만 벌써 여섯 살인데, 유난히 말이 늦된 것 같아 정말 속상합니다. 언어는 모든 학습의 기초라는데 정말 걱정이에요.
엄마의 걱정이 아이 언어발달 및 전반적 발달을 늦춥니다.
교각살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뿔 바로 잡으려다 소 잡는다(죽인다)’는 말이지요. 아이의 언어를 교정시키고 발달을 도우려다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에 지장을 주거나 혹은 아이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자존감’도 훼손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 엄마의 걱정대로 모든 학습에 지장을 줄 수 있습니다. 유아기에 언어가 늦되다는 건 그렇게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 및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지만 유아기와 초등 저학년 시기, 내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다면 부모로서 당연히 걱정이 됩니다. 말이 늦은 아이들의 현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나지요. 앞의 에피소드 속 민호처럼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도 있고, 자모음을 더듬는 경우가 있거나 불필요한 발어사 “어, 어, 그런데, 어” 를 많이 하고 본말 내용이 더딘 경우 등이지요. 특별한 신체적 이상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부모님의 도움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도와주어야 좋을까요?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
아이의 발음을 교정하려기보다 부모님의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세요. 아이의 발음이 정확치 않다고 듣는 귀가 발달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예를 들면 ‘ㅅ’ 등 발음이 부정확한 아이는 에피소드의 민호처럼 ‘떤땡이’, ‘티토’, ‘땀똔(삼촌)이라고도 발음하지요.
다음의 예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엄마 땀똔이가 아스크림 사 뒀떠. 도아(좋아).”
“또 그런다. 그렇게 발음하지 말랬지? 땀똔이 뭐야. 땀똔이. 엄마니까 알아듣지 누가 알아들어. 아휴 속상해.”
아이의 말에 지적과 아울러 부정확한 발음을 여러 번 반복해 주셨네요. 이런 경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런 피드백이 좋겠습니다.
“삼촌이 아이스크림 사주셨어? 그래서 기분 좋아?”
지적 대신 엄마의 바른 발음을 들려주세요. 그것이 아이의 언어발달을 돕는 방법입니다.
어휘력 부족 및 이야기의 내용이 부실한 경우
‘엄마’, ‘까까’ 등을 사용하는 일어문(一語文) 시기가 지나면 아이들은 ‘엄마, 맘마’ 등 이어문 시기를 거치고 이어 놀랄 만큼의 어휘 확장시기를 거치며 문장 시기로 돌입합니다. ‘안 해, 못 해’ 등 부정어를 사용하면서는 자기 고집을 부리며 생각을 표현하지요. 하지만 4,5세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엄마, 저거” “그거 안 해” 등 단문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응석받이로 키우거나 아이가 말할 필요성을 많이 못 느끼는 환경에서 자란 경우 아이의 언어발달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말하기도 전에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경우지요.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엄마, 물” 이라고 하면 “엄마한테 물 달라고 했어? 물줄까?” 혹은 “물 달라고 했어?” 등 완성된 문장으로 에코익(echoic) 반응을 해 주세요. 아이가 민망하지 않게 해주시고 지나치게 긴 문장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의사를 길지 않게 ‘명료화’시켜주면 좋습니다.
아이 목소리가 작거나 발표할 때 유난히 말을 못하는 경우
내향적인 아이에게 피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넌 왜 이렇게 수줍어 해” “넌 왜 그렇게 내성적이야?” 라는 말입니다. 자칫 약점을 들추는 비난으로 전달되어 수치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지요. 목소리가 작은 아이일수록 내성적인 성격일 수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작다고 지적을 하기 시작하면 아이의 자신감도 위축될 뿐 아니라 발표에 대한 공포도 가집니다. 말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나는 말을 못 해’라는 각인효과는 아이의 입을 닫게 합니다. 할 말이 있어도, 발음이 정확해도, 어휘력이 풍부해도 말할 마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담임선생님과도 공조하세요. 교육 전문가라서 지도를 잘 하시겠지만 내 아이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분이 부모님이니 언어발달 상황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받으시면 더 좋습니다.
발음 부족, 어휘력 부족보다 더 심각한 언어 지체는 자신감 결여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총장님의 영어 발음을 상기해볼까요? 그분의 영어 발음은 우리가 아는 대로입니다. 하지만 그분의 영어실력은 국제적이며 고급회화임을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이 말을 잘하고, 유능한 언어 사용자는 표정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말을 잘 한다는 기준은 말(내용)과 태도, 표정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지요.
지금 내 아이의 언어 문제는 발음, 어휘력, 더듬는 것 등의 문제가 아니라 ‘말만 하면 지적당하는 주눅’ ‘할 말 없게 만드는 분위기’, ‘면박’ 등으로 ‘나는 말을 못해’ 라는 낙인효과를 가지게 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아이를 향해 부드러운 표정을 지며 말을 건네세요.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부각시키지 말고, ‘괜찮아. 너는 잘 하게 될 거야’ 라는 믿음을 보여주세요. 믿음만큼 발달합니다. 언어 발달은 물론 아이의 모든 발달은 부모의 믿음대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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