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콤플레인에 대처하는 교사의 대화 기술

<사연> 

민성 엄마는 콤플레인이 정말 많습니다. 물론 교사로서 제 부족함도 인정해야겠지만 민성이 엄마의 경우엔 민성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민성이가 저희 반에서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친구입니다. 아무리 미운 일곱 살이라지만 미운 행동을 넘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예요. 아이들이 “선생님 민성이가 저 때렸어요.” “민성이가 내가 놀던 장난감 뺏았어요.”하는 말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나오는 말입니다.

이야기 나누기 시간도 민성이 이름 부르느라 제대로 진행되는 적이 드물 정도이고 밥도 가장 늦게 먹고 무엇이든 이유도 가장 많습니다. 제 속마음을 말하자면 민성이 결석하는 날이 제가 제일 편한 날일 정도인데 민성 엄마는 늘 민성이가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니 정말 속상해요.

민성이 엄마 말씀으로는 ‘민성이가 집에서는 동생에게도 양보 잘 하고 의젓하다’고 하는데 민성이 얘기 들으면 집에서 만날 엄마한테 혼난다고 하거든요.

콤플레인이 많은 엄마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자

교사 교육에서 나온 사담 사례입니다. 상담을 해 온 일곱 살 반, 민성이 담임선생님의 이야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을 했습니다.

미운 세 살, 다섯 살이라고 하지만 7세반을 맡은 선생님들은 ‘정말 미운 7세반’임을 모두 알지요. 당연합니다. 우선 ‘자기주장’이 확실하거든요. ‘언어 구사력’이 좋아졌구요. 부당한 것에 대한 ‘판단력’도 생긴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7세반 아이들의 특징을 이야기한 것은 이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모든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민성 엄마의 이야기로 돌아가죠.

이런 가정을 해볼까요? 만약 민성이가 의젓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자신의 할 일도 척척하는 멋진 아이라면 과연 민성 엄마는 선생님께 콤플레인 전화를 할 일이 있을까요? 다른 가정도 해 보겠습니다. 만약 민성이가 집에서 엄마의 말씀도 잘 듣고 말썽도 안 부리고 칭찬 받을 일을 많이 하는 유아라면 과연 엄마는 담임선생님께 ‘항의성’ 내지는 ‘불만 섞인’ 전화를 할 일이 있을까요?

아마 민성이는 유치원에서 보인 여러 가지 문제행동을 집에서도 보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도 힘든 겁니다. ‘문제 아이에게 문제 엄마가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이를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가 엄마의 캐릭터도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곱고 순했던 엄마도 힘든 아이를 양육하다보면 아이에 따라 변할 수 있어요. 엄마를 이상하다고, 이해 못하겠다고 하기 전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어려움에 동감하는 마음이 정말 필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문제 이전의 ‘사람’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는 아직 어린 유아와 그를 양육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도 없고 도와줄 수도 없습니다. “당신 아이의 문제도 모르고 따지는 엄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순간에 서로의 벽만 두꺼워지고 높아질 뿐입니다. 콤플레인이 많은 엄마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세요.

방어를 하지 말자

교사들도 할 말이 많습니다. 당연히 엄마보다 그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 “어머니, 모르는 말씀 마세요. 민성이가 먼저 아이들을요.”하며 낱낱이 알려 주고 싶습니다. 그런데요. 들어주세요. 먼저 들어주는 선생님이 엄마를 리드할 수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선생님이 엄마에게 끌려가면 안 됩니다. 끌려가는 선생님을 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합니다. 먼저 말하고 싶어 하고(억울하니까 그렇겠지요) 그것이 결국 상대에게 변명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려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는 겁니다.

전화한 엄마의 말에 먼저 경청을 해 주세요. 잘 들어야 답도 정확히 합니다. 섣부르게 상황 설명하다보면 실수를 하게 되고 서로의 말만 끊게 되어 감정의 교류를 막습니다. 그러면 불통不通이 되어 오해가 더 커지지요. 우리는 막힌 관계도 통通하게 하는 ‘선생님’이어야 합니다.

아이 사랑하기, 엄마 이해하기!

‘악순환’과 ‘선순환’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이가 잘하면 부모님도 마음이 넉넉하고 교사에 대한 신뢰가 돈독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서로 좋은 말만 하기에 바쁠 정도입니다. 일명 선순환입니다. 여러 면에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의 부모님은 ‘남 탓’이 습관화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아이를 탓한 것에 이미 지쳐있기 때문입니다. 늘 불편함을 토로하며 교사와의 관계도 편치 않습니다. 부모님도 당신 아이에 대해서 알기 때문입니다. 악순환이 반복되지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마음은 같아야 합니다.

먼저 유아를 깊이 이해하세요. 콤플레인이 많은 부모의 아이일수록 더 많이 안아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주세요. 사실 인간적으로 미울 수 있습니다. 상담하신 선생님의 말대로 그 아이가 ‘결석’하는 날은 여러 면에서 수업도 잘 진행될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 아이는 집에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인간적으로 힘든 아이지만 ‘교사의 인격’으로 인내하고 사랑해주세요. 안아주고 눈 맞추며 사랑해 주세요. 진심으로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정말 진심으로 가슴으로 대해주세요.

억울하기 그지없는 문제 행동 많은 아이 엄마의 콤플레인에 대처하는 방법은 교사의 능숙한 스피치도 아니고 전문적인 지식도 아닙니다.

‘먼저 아이를 사랑하기. 또 사랑하기. 그리고 그 아이의 엄마를 깊이 이해하기’가 명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