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리티 타임을 활용하라 - 

 <사연>

32개월 딸을 둔 워킹맘입니다. 남편이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아이와도 잘 놀아주어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으로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퇴근 후 돌아오면 아이와 놀아주는 건 사실 엄두도 못 내구요.

아무리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아내가 할 일은 분명히 있거든요.

식사 준비라든가 빨래, 청소 등 기본적인 것 만해도 아이랑 놀아주려면 벌써 밤 시간이 되는 거예요.

아이와 짧지만 잘 놀아주는 것이 제겐 큰 과제입니다.

좋은 방법 알려주시면 작정하고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그저 좋은 이론 말고 실천 가능한.. 그러면서 저처럼 평범한 엄마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담글입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치 않은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부모님들의 고민인 것이 읽혀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는 아이와의 대화가 목마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2014년 어린이 생활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가운데 절반가량은 가족과 하루에 대화하는 시간이 30분이하라고 답했을 정도로 부모님과 아이와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죄책감마저 든다는 엄마도 많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워킹맘의 ‘아이와의 대화 시간 절대부족’문제는 더 심각해지겠지요. 비단 워킹맘만이 그럴까요. 전업맘도,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에 부대끼고 귀가한 아빠도 플레디가 되고 싶고 프렌디가 되어 놀면서 웃으면서 아이와 대화하고 싶습니다.

우리 부모는 늘 아이와의 대화가 목마릅니다. 퀄리티 타임을 제안해 봅니다.

질적으로 풍성한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을 활용하는 대화법 세 가지

부모 뿐 아니라 아이들도 바쁩니다. 그래도 유아기 때가 가장 여유 있는 시간이므로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쏙쏙 받아들이는 시기, 부모의 품을 가장 좋아하는 시기야말로 아이와 부모의 시간이 가장 가치로울 수 있으니까요.

‘밥상머리 교육’을 활용하듯 ‘잠자리 대화’, ‘잠들기 전 나누는 대화’를 제안합니다. 이 시간을 '퀄리티 타임(quality time)이라고 하는 이유는 먹고 자는 시간은 일상에서 가장 소중하므로 잠들기 전 시간을 활용하는 일이야말로 상담해 오신 엄마의 ‘그저 좋은 이론 말고 실천 가능한’ 방법일 거예요.

양적인 시간이 아니라 질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퀄리티 타임’을 활용하는 ‘퀼리티 타임 대화법 셋’을 제시해 드릴게요. 각 가정과 엄마의 상황이 다르므로 실천 가능한 것으로 선택하셔서 해 보세요. 엄마의 몸 상황, 마음 상황, 아이 상황에 맞춰 해보신다면 더 효과가 있을 거예요.

하나, 베드타임 독서

그동안 널리 알려져 온 방법이지만 ‘부담감 갖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베드타임 독서를 정리해볼까요?

1. 책 권수를 미리 아이와 정하세요(세 권 정도)

그렇잖으면 부모님이 지칠 수도 있고 나중에 아이와 실랑이할 수도 있어요. 만약 아이가 다섯 권을 가져온다면 “세 권 하자”보다는 “네 권 읽을까? 세 권 읽을까?”로 부모의 의견도 관철시키면서 아이가 택일을 하게 하는 방법은 ‘아이의 결정력’에 도움이 됩니다.

2. 장르를 다양하게 유도해 주세요.

동화 뿐 아니라 동시와 동요를 리드미컬하게 들려주면 좋습니다. 특히 동시는 엄마 한 줄(행) 아이 한 줄 읽다보면 저절로 암송이 가능해요. 억지로 외우게 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은 자동 암기로 이어지니 더욱 좋지요. 동요는 노랫말을 동시처럼 읽어주어도 좋고 동요를 자장가 삼아 나지막하게 불러도 좋습니다. 동요의 노랫말 또한 동시처럼 아름다우므로 아이에게 다양한 장르의 문학적 체험을 할 수 있지요.

3. 전등 끄고 들려줄 수 있는 독서

전래동요나 부모님 세대에서 즐겨 불렀던 동요를 들려주는 것도 훌륭한 베드타임 독서입니다. 특히 전래동요는 언어유희요 동요가 많으니까 아이와 이어 부르기, 노랫말 바꿔 부르기가 가능해요. ‘멍멍개야 짖지 마라. 야옹이야 너도 자자. 우리 00 코코 잔다.’ 등 전래동요 계속 이어 부르기는 단순해 보여도 교육적으로 보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의 언어 확장에도 도움 되고 아이가 다음 노랫말을 창작해내는 ‘창의성’개발에도 도움이 됩니다. <고향의 봄>, <기찻길 옆> 등 부모님이 알고 있는 동요를 들려주는 것도 아이의 지식 확장에 도움을 주며 불을 끄고 나누는 아이와의 멋진 ‘대화’입니다.

둘, 베드 사이드 스토리

베드 타임 하면 ‘책읽어주기’를 떠올리지만 책이 없어도 훌륭한 잠자기 전 대화가 될 수 있어요. 아이의 침대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정말 좋거든요.

‘펄럭펄럭, 흔들흔들, 으르렁으르렁, 솔솔’ 등 의태어, 의성어 주고받기 등 그날의 컨디션에 맞게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제 읽어주었던 책 내용 회상도 좋고, 동화의 뒷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아요. 이 때는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아이가 잠들기 전 모드로 해놓으면 어떨까요.

셋, 나란히 누워 대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힘든 날, 아이를 위해서 억지로 엄마의 피곤을 참고 책 읽어준다면 그 동화가 재밌을 리 없습니다. 이럴 땐 인간적으로 아이와 함께 누우세요.

“엄마가 오늘은 우리 딸 안고 누워 이야기 나누고 싶어.”

그러면서 “엄마는 점심 때 00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 우리 민진이는 뭐 먹었어?”

이런 이야기도 좋고 “오늘 엄마는 날씨가 정말 화창해서 버스 안 타고 걸어서 집에 왔는데 기분이 정말 날아갈 것 같았어. 우리 수아는 오늘 뭐가 좋았어?”라는 날씨와 즐거웠던 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때로는 동화책 열 권 이상의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엄마의 ‘화창’, ‘날아갈 것’같은 표현이 아이의 언어발달에도 도움을 주는 건 물론입니다.

엄마가 말 할 힘도 없는 날이라면 아이에게 “꼭 안고 자자”고 해도 좋아요. 아이 볼에 입 맞추며 “사랑해. 잘 자”라는 말을 하고 꼭 안아줘 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응, 그랬구나. 응’ 등 약간의 추임새만 넣으며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엄마와 아이모두 행복할 거예요. 이럴 때 더 위로받았다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보들보들한 아이의 볼에 볼비비기를 하며 아이의 야들야들한 손을 잡고 나란히 누워있거나 안고 있는 일이 이 세상에 그렇게 위로가 되고 편안할 수가 없어요. 어떤 것이 그런 평화를 줄까요?”

이런 것이 바로 ‘몸 대화’입니다. 때로 아이와 엄마의 ‘몸 대화’가 긴 ‘말 대화’보다 더 유효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와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그러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좋은 대화, 질적으로 높은 대화 나누기로 잠자리 대화를 잘 응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행복해지고 싶지만 시간이 없고, 피곤하고....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이 행복을 양보하지 마세요. 퀄리티 타임(quality time) 활용하는 ‘잠들기 전 대화’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