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구미에 살고 있는 8살 남아와 13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청소년박람회에서 부모특강을 들었습니다.
나와 함께할 주변에 아이들이 바르게 크길 바란다면서 강의를 다니신다는 말에 울컥했고, 나 자신과 내 가족만을 생각했던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픈 마음이 크구요.
하지만 지금은 당장 내 아이때문에 울고, 억울해서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상담글을 남겨보네요.
미소로 아이를 대하고 남편과의 사이가 좋아질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아이에게 상처받고 울고 있는 저를 봅니다.
13살 딸아이가 저에게, 동생에게 냉정하고 못땠게 구는것이 남의 탓도 아니고 딸아이의 탓도 아니란걸 압니다. 늘 저와 함께 했고 저만을 봐온 아이이기에, 제탓이란걸 알기에, 그리고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답답한 마음이 크고 속상합니다.
종일 휴대폰만 보는 딸아이에게 욱해서 한마디 했더니 매섭게 쏘아붙이며 문도 쾅 닫고 소통하기를 거부합니다. 조금 있으면 시험도 다가오는데 공부는 커녕 숙제도 하지 않구요. 늘 외모만을 신경쓰는 아이에게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오늘은 딸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받고 나서 할말을 잃고 제가 집을 나가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내일은 집을 나가려고 생각합니다. 친정에 가서 한 2,3일 있다 오려구요. 도무지 화가 치밀고 속상해서 딸아이와 눈도 마주치기가 싫습니다.
이런 딸아이와 멀어져가는걸 바라는건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답이 없네요.
잘못된 행동인걸 알기에 다잡아주고 싶은데 그걸로 인해 사이는 더욱 좋아지지 않고 틈만 벌어지고 있구요 대화를 하려고 하면 (말씀하신것 처럼 제가 잔소리를 하려고 다가온다고 생각해서인지) 밀어내기만 합니다.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구요. 자기생각안에 갖혀 아니다싶은건 아닌건지 말을 해도 도무지 들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것만 얘기합니다. 동생에게 냉정하고 차갑고 못땠게 구는것도 설득을 아무리 해도 똑같구요.
다시한번 3일의 약효가 있는 방법이라도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저에게 힘을 주세요 박사님~~~~~
Q. 종일 휴대폰만 보는 딸아이에게 욱해서 한마디 했더니 매섭게 쏘아붙이며 문도 쾅 닫고 소통하기를 거부합니다. 조금 있으면 시험도 다가오는데 공부는 커녕 숙제도 하지 않구요. 늘 외모만을 신경쓰는 아이에게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요.
사연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먹먹함이 전해지네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이 글을 읽으시면서 공감과 아픔을 함께할 것 같습니다.
우리 부모는 온전한 사랑을 주고 싶고,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자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왜 우리의 사랑이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되고 심지어 '문도 쾅 닫고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결과로 나타나는지.... 안타깝고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
아무리 ‘신이 내린 사람인 부모’라지만 아이를 바꾸기엔 역부족임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상대를 바꾸려하기 전에 나를 바꾸라'는 것, 심지어 '나 조차도 바꾸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해요. 그게 어른 된 부모의 입장입니다.
‘3일의 약효가 있는 방법이라도’ 간절하게 원하는 어머님께 힘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가지 생각 말씀드릴게요. 부디 잘 적용하셔서 행복한 엄마와 딸이 되었으면 합니다.
첫 번째
아이의 외모 가꾸기(외모만을 신경 쓰는)에 대한 관점이에요.
부모가 깨워서야 간신히 일어났음에도, 아침 등교 시간에 거울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이 이 시기 아이들입니다. 비비크림도 바르고 싶고 하고 틴트 - 심지어 빨간색으로 -도 바르는 등 어른이 보기엔 별로 예쁘지 않음에도 얼굴 가꾸기에 정성을 들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또래문화’에 충실한 이 시기 발달 특성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유행이 어른의 관점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하게 외모에나 신경 쓰는 딸’로 보면 둘의 관계는 엇나가기만 합니다.
“그걸 왜 바르느냐.” “애들이 애들다워야지...” 등의 말은 더욱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화장품이 좋을지, 어떤 옷이 좋을지 관심 가져주세요. 그리고 웬만하면 ‘어울린다’ ‘예쁘다’고 말씀해주세요. 아이들은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간절히 원합니다.
아이와 소통의 통로가 될 것입니다. 어차피 또래문화는 부모의 ‘참된 말씀’을 능가할 테니까요. 이걸 비난하기보다 과하지 않게 하도록 엄마가 관심을 보이는 태도가 아이에게 더 진심으로 전달 될 거예요. 엄마가 인정하면 속으로 얼마나 좋아하고 자신감 생기겠어요. 어렸을 때는 ‘아이의 자존감’에 대해 관심 많던 부모는 어디가고 이제는 ‘공부’에만 관심 갖는 엄마는 아닌지 돌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외모 가꾸기를 잘한다면 분명히 아이는 미적인 것에 관심 가지는 친구입니다. 비난하지 마시고 아이가 혹시 인테리어, 메이크업, 네일 아트 등 재능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다양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에 공부가 다는 아닙니다. “공부는 안 하고...”하는 걱정도 있겠지만 ‘하고 싶은 게(꿈이 있으면) 있으면 공부도 (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세요.
휴대폰에 관해
엄마 눈엔 종일 휴대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하물며 다른 친구보다 자기는 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요? 부모에겐 울화 치미는 일이지만 절대 소리 지르거나 명령형으로 제압하려 하지 마세요. 그러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는커녕 반항할 좋은 기회 얻게 되는 것이 되니까요.
스마트폰의 마력이 이미 아이를 사로잡았다면 엄마의 ‘휴대폰 그만 봐라’ ‘하루종일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공부는 언제 하냐’라는 말씀은 이미 ‘말씀’의 의미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감정적인 접근은 금물입니다.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엄마가 보기에 휴대폰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떼시고 하루에 얼만큼 해야할지 아이와 얘기 나누세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지도 정확히 얘기하셔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의논하며(화내지 마시고 이야기 나누기) <휴대폰 약정서>를 작성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동안 얘기할 만큼 얘기하셨다고 생각한다면 방법을 돌아보셔야 해요. 차분히 이성적으로 정확히 이야기 나누었는지 이야기 도중 엄마의 본심을 보이며 화내는 것으로 마무리 짓지는 지는 않았는지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모두 양보하며 끌려가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랑하지만 명확히 짚을 것은 짚어야 하니까요. 이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어요. 목소리 높이지 마시고 아이 눈을 바라보며 분명하게 하셔야 합니다. 소리 지르지 마시고, 욱하며 화내지 말고 차분하게 엄마의 마음을 다스리며 이야기 하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관대함과 절제, 엄격함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 쓴 소리, 바른 소리 할 분은 부모님이니 악역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하시고, 사랑도 아쉬움 없이 표현하시기 바랍니다.
친정집 나들이에 관해서
아이를 피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엄마(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가는 것으로" 가셔야 합니다. 딸아이도 성장해서 언젠가 친정 엄마를 찾게 되겠지요. 이때 어떤 모습으로 친정 엄마를 찾아오는 딸을 원하세요? 보기 싫은 맘, 잠시 아이와 떨어져 있고 싶은 맘이시겠지만 진정으로 이것이 최선이라면
"00야, 엄마가 외할머니를 뵙고 싶네. 다녀올게. 그리고 엄마도 어렸을 때 외할머니 마음 몰라주었을 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그러면서 지금은 네 마음도 몰라주어 너를 속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엄마가 더 노력을 해볼게." 라는 인간적인 고백도 해 보세요.
그리고 아닌 말로 왜 엄마가 엄마집 놔두고 아이 피해 나가야 합니까?^^
딸의 눈초리가 경멸의 눈초리 같지만 그건 엄마의 느낌일 겁니다. 그 순간 “너 엄마한테 그 눈초리가 뭐야!” 라고 말한다면 아이에겐 억울할 수도 있어요. 아이는 그냥 화낸 걸 표현한 것이라 생각할 테니까요.
당분간 아이의 좋은 것만 보려고 노력해 보시겠어요? 엄마와 아이를 멀어지게 할 수 있는 부정적인 행동(눈초리, 말투 등)에 매사 지적하지 말고 안 본 척, 모른 척 넘어가도 주세요.
“동생에게 냉정하고 차갑고 못되게게 구는것도 설득을 아무리 해도 똑같구요.”
딸도 아이입니다. 동생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을 때도 많을 거예요. 엄마로서 우애 있는 자녀를 원하는 건 알지만 딸에게 누나 노릇 강요하지는 않으시는지요. 게다가 엄마와 관계가 매끄럽지 않아 툴툴거리는 딸에게 ‘동생에게 양보하라든가’ ‘누나가 돼서 왜 그렇게 동생한테 못되게 구느냐’고 얘기했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됩니다.
지금은 오히려 동생에게 ‘누나에게 잘하라’는 말을 진심으로 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서열도 알려주는 게 좋습니다. 민주적인 가정이라도 부모, 자녀 관계가 있고 손위와 아래라는 서열이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건 상하라는 권위주의와는 다른, 질서 와 존중이지요.
각 아이들에게 알맞은 사랑을 주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로 민감한 아이에게는 말로 흠뻑 사랑을 느끼게 해 주세요. 따님은 지금 말로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엄마의 말끝마다 대들고 문 닫아 버릴지도 모릅니다. 엄마가 미워서가 아니라 ‘엄마의 말투 등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일지도 몰라요.
사춘기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이해와 관대함’입니다.
지금, 따님에게 가서 안아보시겠어요? 그리고 “엄마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진심으로 물어봐 주세요. 진심이어야 합니다. 늦기 전에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아이가 툴툴거려도 거기에 말려들지 마세요^^. 아이가 정말 싫어서 거부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아이는 안아주는 엄마, 따뜻하게 감싸는 엄마의 체온으로 세상을 헤쳐갈 힘을 얻게 될 거예요.
부모노릇이 십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노력하고 또다시 시행착오 겪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겠지요. 순간순간 우리는 부모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니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구요. 비록 아이와 충돌했지만 그 순간 '부모가 아니었더라면' 그런 바른 소리 할 사람 아무도 없어요. 잘하신 겁니다.
아이들은 아직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어하지요. 안정과 평화를 약속하는 울타리가 ‘구속’으로 여겨지다가도 언제나 자신을 받아들여주는 안전한 ‘울타리(집)’를 원하는 것이 바로 아이들입니다. 이 모순은 아이가 성년으로 자랄 때까지 지속될지도 모릅니다.
어머님이 몇 년만 더 정성들여주세요.
우리의 아이들은 그만큼 공들여야 하는 위대한 가능성을 가진 가치 있는 창조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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