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버이 날 부모님 생각 떠올리는 분들 많을텐데..

​사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비로소 친정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들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도 친정엄마랑 부딪힐 때가 참 많아요.

친정엄마는 부르기만 해도 눈물이 고이는 한없이 애틋한

대상인데.. 친정엄마랑 더 많이 어긋날 때가 있다.

너무 사랑하고 가까운 사이라 그에 비례해서 갈등도 많고 큰 것 같다.

요즘은 결혼 후에 친정 엄마와 더 긴밀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 ‘친정과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라는 말이 있었나 싶다^^

조부모의 손주 육아도 여전히 친정이 우세하고. 살림 문제도 친정과 의논하고. 크고 작은 일들을 친정 엄마와 상의하게 된다.

미혼인 딸에게 엄마는 그냥 엄마였다면 결혼 후 ‘친정 엄마’가 되면서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찰과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가까운 사이라 격식을 차리지 않아 생기는 거다. 격식이 없다는 건 좋지만 도를 넘으면 감정적인 문제를 처리할 때도 도를 넘는다. 서로 자제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다.

2) 오죽하면 시어머니가 더 편하다고 하는 엄마들도

있을까요? 자꾸만 어긋나는 친정엄마와의 관계,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결혼 후 모녀사이의 대표적인 갈등의 소재는 ‘육아’다.

아이를 낳고 친정엄마와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불편해졌다는 엄마들이 의외로 많다.

양육방식과 가치관 차이에서 오는 잡음이 잦은 다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육아의 달인 친정엄마로서는 초보맘 딸의 육아가 서툴게 보이고 불안해서 잔소리와 쓴소리를 하게 된다.

반면 각종 육아서를 섭렵해 이론에 박식하고 최신 정보로 무장한

딸에게는 엄마가 전하는 육아 방식이 옛날 방식을 고집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불만이 많다.

육아 문제 뿐 아니라 살림도 간섭을 하게 된다. 이런 총체적 원인은..친정엄마와 딸ㅣ 서로에게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는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내 딸로 비치고, 딸에게는 이제는 나도 어엿한 아이 엄마....라는 관점 차가 큰 거다.

3) 친정엄마와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 쉽게 다툼이 생기는

원인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세상 누구보다 믿기 때문일 것도 같아요?

사실 엄마에게 자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

온갖 희생을 하며 자녀를 키웠고 여전히 내 자녀라는 소유 의식이 자녀가 컸음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딸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마찬가지다.

친정엄마는 반찬을 해다 나르고 육아도우미까지 하며 또 다른 희생을 하는데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친정 엄마도 억울한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다.

반면 딸은 고맙긴 하지만 ‘누가 해 달라고 했나’라는 마음이 한켠에 있다.

친정 엄마의 ‘딸에게 잘 해 주고 싶다.’와 딸의 ‘고마워요’...

라는 마음이 전해지면 좋으련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감사 표현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으니 ‘서운병’이 생기는 거다.)

4) 만약에 거기다 아이에게 과자 좀 먹였다고,

TV 좀 보여줬다고 세상 큰일 난 듯 친정엄마한테 뭐라고 하는

딸을 보고 있으면.. 흔히들 드는 생각이 ”내가 늘그막에 뭐하는 건가“ 라잖아요?

그래서 애본 공 새본 공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소리는 못 듣고, 억울한 말만 듣는 것 같아서 그런 거다.

그렇다면 딸의 입장은 어떨까?

딸은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엄마의 사랑이 너무나 익숙하다.

그 사랑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엄마라면 자식을 위해서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

더 나아가서 ‘다른 엄마들은 더 잘하는 데 왜 우리 엄마는 아니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손주 육아도 척척 잘 하는 능력 있는 다른 친정 엄마들과 비교 아닌 비교도 하며 서운해 한다.

이런 엉킨 마음을 갖고 있다가 어느 날 툭 여과 없이 말해서 친정 엄마는 엄마대로 상처 입고 딸은 딸대로 죄책감에 빠진다. 이런 게 한 두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것이 더 문제다.

5) 그렇다면 친정엄마와의 관계는 어떻게 개선해 나가면

좋을까요?

평생을 함께해 온 모녀지간이기에 관계 정립을 다시 해야 한다.

먼저 육아를 부탁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의존적이 않도록 한다.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부탁하되 어디까지나 부탁이다. 즉 양육에 있어 역할 분담을 정확히 해야한다는 의미다. 친정 엄마는 아이 양육의 조력자다. 주 양육은 아이의 엄마 아빠의 역할이다.

조부모는 육아를 도와주는 조력자라고 생각하고 무리한 부탁을

하는 일을 줄여 나가야 한다. “다른 친정 엄마는 책도 읽어주는데.... 육아서도 읽고 너무나 잘 키우던데...” 이런 생각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게 좋다.

친정엄마 역시 손주 육아에 있어서 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고 ‘손주는 내 아이가 아이라 내 자녀의 아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6) 육아 뿐 아니라 딸의 살림을 맡아 하시면서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던데요? 딸은 딸대로 불만이 있고요?

젊은 세대로서는 친정엄마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을 때가 많다.

사 먹어도 될 김치를 왜 힘들게 담그는지... 냉장고를 왜 뒤지고 잔소릴 하는지^^.

친정 엄마는 엄마대로 사 먹는 것과 집에서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같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렇게 정리를 못하고 사는지, 애는 또 왜 그렇게 키우는지...한다.

끝도 없는 관심과 사랑이 서로를 못 견디게 하는 경우가 많다.

손주 육아에서와 마찬가지로 살림에서도 객관적인 거리 두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영역 구분을 해야 한다.

여전히 딸의 살림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진 친정 엄마라면 딸의 공간은 딸의 고유 권한이라는 걸 인정하고 도움을 정중히 요청할 때 능력이 닿는 만큼만 도와주자.

딸은 친정엄마가 더 이상 나의 뒷바라지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예의를 갖춰 부모님을 대접해드리고 ‘감사’를 표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딸도 이제 어른이다.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어른답게 나의 친정 엄마를 존중하며 대해야 한다. 친정 엄마의 내리 사랑과 딸의 엄마 존중이 만나면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은 사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