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전에 한 기사를 봤는데.. 스물 두 살 된 딸이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해요.

여기엔 부모의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딸이 성장할 때까지 뭐든지 강압적으로 시키고,

통제하고.. 그 안에서 자녀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죠.

결국 사회, 그리고 부모와는 벽을 만들어 버린 겁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식 공부에(만)

‘올인’ 한다. 부모 인생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까지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허리띠를 졸라 매면서 사교육을 시킨다.

참 안타까운 건, 그렇게 올인하며 키운 많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상처받았다고 느낀다는 거다.. 심지어 부모가 나를 괴롭혔다고

생각하고, 부모를 원망스럽게 여기고, 능력만 되면 부모에게 벗어나 혼자 살고 싶다고 한다.

2) 그러고 보면, 부모가 주는 사랑과 자식이 받아들이는

사랑은 다른 것 같아요. 부모는 사랑을 줬다고 생각하는데

자식은 상처를 받았다고 느끼기도 하고.. 왜 그런 걸까요?

부모가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아이를 언제나 완벽하게 이해하고 편안하게 해줄 수만은 없다. 때로는 자녀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게 하고, 억울하게도 하는 일도 있다.

사랑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굳게 믿고 있다면, 부모에게 섭섭한 일이 있어도 잘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런 믿음이 없는 아이들은

부모가 조금만 섭섭하게 해도 크게 분노한다.

앞에서 얘기한 사례도 부모의 사랑을 믿고 신뢰하지

못했던 거다.

아동기까지는 아이와 부모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급적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추억을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며 친해져야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에 대한 탄탄한

신뢰가 생긴다.

3) 그렇다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에 있어서

‘양’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단지 1시간, 또는 30분 같이 있어도 얼마나 아이와

공감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따뜻하게 대화하고 생활을 친밀하게

공유하면 된다. 하지만 바쁜 아이들과 부모가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는 건 이론만큼 쉬운 게 아니란 걸 많이 경험하셨을 거다. 최소 열 살 까지는 아이와 시간 함께하는 게 부모의 중요한 일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일은 미루지 않는다. 내일, 또는 언젠가...하며 아이와의 시간을 미루다 보면 아이가 벌써 자라있고, 부모와의 거리는 멀어져 있다.

이렇게 유초등기가 지나 아이가 중ㆍ고등학교에 가면 부모의 품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아이는 아이의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큰다. 아이를 더 이상 품안 자식으로 여기지 말고

정서적 거리를 둬야 한다는 뜻이다.

거리를 둔다는 말은...

아이와 생각이 달라도 우선은 지켜봐 주고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개입해선 안 된다.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거꾸로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친할 기회는 갖지 않다가 중ㆍ고교 때는

공부 문제로 아이에게 더 접근하려고 한다. 부모로서는 ‘아이 공부’가 부모 인생 최대의 과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부모들이 아이와 공부로만 상호작용하려고 하니 아이로서는 괴롭다. 아이가 가장 싫은 일이 공부인데 가장 싫어하는 일에 부모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니 갈등이 불거진다.

아이가 공부에도 흥미를 잃고 부모와 대화도 끊기게 된다.

4) 그렇다면 그냥 조용히 지켜보는 게 좋을까요?

만약 지금 자녀가 중고등생 부모이고 이전에 부모와 자녀 사이가 소원했다면 아이에게 공부로 개입하는 걸 오히려 자제하라고 싶다.

“공부해라. 언제 할 거니?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등의 질문은 질문도 아니고 대화도 아니다. 그런 대화라면 당연히 멈춰야 한다. 엄마가 그런 말씀 안 해도 아이도 공부 잘하고 싶다. 공부 못하는 아이라면 그 안타까움을 이해해줘야 한다.

엄마의 시선엔 ‘너도 잘 하고 싶을 텐데 얼마나 안타까울까...’라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 그런 마음이 아이에게 더 잘 전달된다.

“어떻게 하력 그러니? 공부하는 걸 못 봤어!”라는 말 해 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걸 수없이 경험했을 거다.

부모의 선택이다.

추궁이냐, 다그침이냐, 아니면 이해와 신뢰로 다가가느냐.

설령 꼴찌를 하는 아이라도... 부모의 이런 신뢰가 전해지면 아이는 부모를 계속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라도 열심히 할 거다. 아이를 믿어보자.

5) 혹시, 지금 자녀와 아이와 공부만으로 상호작용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아이들을 공부로 고문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부모의 목표를 아이에게 강요하고 과학고 등 특목고에 가지 못하면 아이 인생이 실패하는 것처럼 겁주는 어른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길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중요한 건 부모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의 생각을 물어봐야 한다.

아무 생각 말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이라는 엄마의 확신은 공부는 잘하지만 아이를 무뇌로 만들 뿐이다.

6) 교수님은 자녀와 ‘수다 타임’을 자주 얘기하시던데요. 이게 아이와의 관계, 상호작용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 떄문이겠죠?

우리는 아이와 대화할 때 ‘어떤 대화’를 하지?‘ 라는 생각으로 대화 내용이 품질을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 내용이 ‘토론’ 또는 책에 관한 이야기 등으로 무언가 교육적 내용을 담아야 더 좋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이런 대화 이전에 ‘아이와의 관계가 먼저’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좋은 관계는 사소하고 시시하고, 부담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함께하는 사이에서 형성된다.

‘우리 부모님과 함께하면 참 좋아....’라는 생각이 드는 부모 자녀 관계를 생각해 보자. 아무 말이나, 또는 어떤 말이든 마음 놓고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 아니겠는가.

반면에 마주 앉으면 무언가 부담스럽고, 추궁당하는 것 같고, 대답하고 싶지 않은 질문을 하는 부모와 마주하기는 싫을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에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 수다 토크를 권한다.

이럴 때 부모와 아이가 친구 같은 사이가 될 수 있다.

이런 관계를 형성하며 마음을 주고받으면 아이의 마음도 더 잘 알게 되고 그러므로 부모의 마음도 잘 전달이 된다. 이런 관계여야 자식 교육도 제대로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