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적에는 부모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대화를 잘 나누었던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점차 입을 닫잖아요.

특히 부모가 아이에게 질문을 하면 “몰라요”라는 대답만 하고,

아이들은 왜 이렇게 대답하는 걸까요?

“몰라요”의 의미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정말로 모를 때다.

부모가 “슬플 때는 언제야?”라고 질문했을 때 “음.. 몰라요”라고 대답했다면 실제로 자신의 감정을 잘 깨닫지 못했다는 거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아이다.

이것은 사실 부모의 영향도 있다.

특히 짜증, 불안, 슬픔, 분노, 혐오 등의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부모가 금기시해 왔다면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진짜 감정’을

느끼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둘째, 부모와 말하기 싫을 때다.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다. 모른다고 말해야 부모가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

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네 꿈이 뭐야? 앞으로 뭐가 되고 싶어?”라고 질문한다면 “몰라요”라고 대답한다. 묻지 마세요...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2) 아이가 사실 진짜 몰라서 모른다고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데 부모는 이런 대답 들으면 화가 나기도 해요.

부모 딴에는 아이와 대화를 하고 싶고.. 어떤 때는 이런 대답을 해주었으면 하는 예상 답을 기대하면 묻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가 ‘몰라요’하면 화도 나고 무시당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전에 아이와의 대화를 상기해보면 아이 입장도 이해가 될 거다. 예를 들어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아이가 실제로 꿈이 없을 수도 있는데

“넌 꿈도 없어?” 하고 면박 주는 반응을 보였거나

“00가 될 건데요”했더니 “뭐? 그게 뭐가 꿈이야?”하며 정작 아이의 꿈에 대해 냉정한 반응을 보였을 경우에는 아이는 입을 다물거나 제일 편한 대답을 하는 거다. “몰라요”.

정리하면 아이의 몰라요 ... 대답은 부모가 원하는 대답이 예상되지만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경우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판단에 하는 몰라요...그리고 예전에 이미 비슷한 대화에서 부모와 자신의 의견 차이가 컸던 것을 좁힐 수 없다는 순간 판단 때문일 수 있다.

2) 자녀가 ‘모른다’고 할 때면 기분도 나빠지고 “얘가 내 질문에 대답하기 싫어서 회피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것 같아요?

“어떤 과목이 어려워?”라는 부모의 질문에 “몰라요”라고

대답한다면, 아이는 아마 마음속으로 ‘엄마, 공부 얘기는 싫어요. 저는 공부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라는 아이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대답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가 엄마의 진지한 질문에 너무 쉽게, 무성의하게 답하면 엄마의 의도와는 반대의 상황에 기분이 나빠져 감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엄마가 이런 질문을 한 건 “네가 어려운 과목을 보완하고 도와주고 싶단다”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뭘 몰라. 네가 하는 공분데...어떤 과목이 어렵냐라는 질문인데 뭘 몰라.” 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아이가 대답하고 싶은 부분이 있고 피하고 싶은 대화가 있다. 특히 학습에 관한 것은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질문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와의 세대 차이, 부모가 보내는 기대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부모와의 대화를 피하고 싶기도 하다.

성별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대화와 감성적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자 아이들보다는 아들이 ‘몰라요’ 답을 많이 할 수도 있고. 아이의 성격에 따라 그럴 수 있다.

중요한 건 부모의 질문 자체가 적절하지 않는 경우에 몰라요..대답이 많이 나온다.

3) 그럼 어떤 질문을 피해야 할까요?

단정적 질문이다. 예를 들어서 아이가 공부를 하다가 자꾸 주방에 가서 물마시고 냉장고 열었다 닫았다 할 때

“너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거야?” 라고 묻는 말이다.

엄마 맘에 이미 단정적인 생각이 들어 있다. “공부하기 싫으니까 왔다갔다 하는 거지”라는 의도를 갖고 묻는 건 질문이 아니다.

아이를 이미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므로 아이 대답도 뻔하다.이런 질문은 질문도 아닐 뿐아니라 아이의 자존감 저하시키고 학습 의욕도 떨어뜨린다.

둘째, 떠보는 질문이다.

아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네 생각은 어때?”하고 민주적인 체 가장하며 묻는 말이다. 친구만 초대하면 놀이감 양보 안하는 아이에게

“친구랑 양보하며 놀든지, 아니면 친구를 초대할 수 없어. 네 생각은 어때?” 하는 경우다. 아이는 양보하기는 싫지만 친구는 초대하고 싶다. 이럴 경우에는 아이를 설득하고 더 나은 방법을 이해시키는 게 떠보기 식 질문보다 효과적이다.

셋째, 수준에 맞지 않는 질문이다. 어린 아이에게는 열린 질문이 어려울 수 있다. “왜 골고루 먹어야 할까?” 하는 식의 질문이다. 물론 아이가 “씩씩해져요”라고 대답할 수 있지만 아이 연령에 따라 열린 질문보다 “골고루 먹어야 몸도 튼튼해지고 힘도 세 진단다”라고 알려주는 말도 필요하다.

질문을 통해 엄마의 생각을 주입시키고, 강조하는 것이라면 아이가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질문은 아이의 생각이 정말 궁금할 때 묻는 것이어야 한다.

4) 부모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뭘 물어보면 맨날 모른다고 하니?” 라고 야단치거나 다그치는 대신에 그렇게 말하는 아이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말 뭐라고 대답하기 어려워서 모르쇠 할 수도 있다.

“지금 말하기 싫으면 말하고 싶을 때 애기해 줘. 엄마는 궁금하거든”하며 약간의 여지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당장 아이의 대답을 듣고 싶지만 일보 후퇴하는 것이다. 자꾸 물으면 공격으로 느껴진다.

공격당하면 방어기제만 발휘된다. “몰라요” “아뇨” “아닌데요” 이렇게 부모의 의도와 계속 엇나가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아이는 우리 부모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노력한다고 믿을 때 말문을 연다..

아이에게 한 번 더 물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모른다고 대답했을 때 “알았어. 엄마도 몰라”하며 대화를 중단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과목이 어려워?” “몰라요” “음, 그래. 잘 생각해봐서 보완이 필요한 과목 있으면 말해 줘.” 이런 정도면 좋겠다. 말하기 싫은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주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것도 대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