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수님, 제가 얼마 전에 한 기사를 봤는데요.
부모가 자녀의 인생에 과도하게 개입할수록 아이가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더라고요. 늘 간섭하는 것도 아이에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아요.
->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우리가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아이 주변을 맴돌며 성적이든 교우 관계든 매사 간섭하고 강압적으로 압력을 가한다거나 아이 교우관계에도 개입해서 친구를 직접 정해주는 부모를 두고 ‘헬리콥터 부모’라고 하죠. 헬리콥터처럼 아이 머리 위에서 빙빙 돌며 내려다보고 원격 조정하는 거예요. 주변에서 맴도는 정도가 아이 머리 위에서 맴도니 얼마나 잘 보이겠어요.
심지어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대학 생활, 학점, 자녀 출결 상황, 졸업 후 진로 선택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게다가 결혼 상대자를 선택하고 2세를 계획하는데도 끊임없이 간섭하는 부모들도 있어요. 물론 이런 부모는 ‘간섭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하겠지만 이게 독성이 있죠.
자녀에게 사랑이 아니라 “너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야“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고, 독립심은커녕 무능감이 높아지는 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스로를 자기 비판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되니 연구결과처럼 불안과 우울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죠.
2) 부모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고자..
올바른 길로 선택해주고자 옆에서 자꾸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건데.. 오히려 이런 것이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거네요?
-> 한 싱가포르 교수가 싱가포르에 위치한 초등학교 10곳에
재학 중인 7~10세 아동과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5년간 이번 연구를 진행했어요. 아이들에게 퍼즐을 나눠주고 제한된 시간 안에 이를 완성하도록 했는데 이때 부모가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아이의 과제 수행에 관여하고 아이를 통제하려는 부모의 행동을 살펴 ‘헬리콥터 기질’을 가졌는지의 여부를 판단했는데요.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가 직접적으로 아이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높였다는 명백한 근거는 부족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를 통해
볼 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입니다.
자기 비판적인 성향이 강한 아이들에게서 불안증이나 우울증 수치가 높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죠.
3) 자녀의 사적인 생활을 계속 침범하는 부모들은
아이가 뛰어난 학업성과를 거두길 기대하고
아이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나쁜 점수를 받아왔을 땐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경향도 있더라고요?
-> 필요 이상으로 윽박을 지르고 아이를 야단친다는 것인데요.
자녀가 지속적으로 이런 대우를 받으면 아주 작은 실수에도 예민해지고 본인이 실수를 저지를까봐 두려워하면서 끊임없이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예요.
그렇게 자라면서 ‘사회 부적응적인 완벽주의’가 생긴다는 건데요.
우울증과 불안증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4) 그러고 보면 부모가 자식에게도 그렇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렇고..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성향이 큰 것 같아요?
->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 인류학과의 한 교수는 아프리카 아카 피그미 족의 행동을 관찰한 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문명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중요한 본성”이라고 이야기 했는데요.
헬리콥터 맘들이 이 이야기를 여기까지 들으면 ‘그렇지 교육은 역시 중요해. 더 잘 가르쳐야지.’ 하겠지만
핵심은 인간 본성에서 우러난 교육은 ‘자율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내 아이로 대치될 때는 잘 가르치겠다는 욕심 즉 강압과 간섭으로 이어져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부모의 가르침에 대해 돌아봐야 합니다.
“나는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주고 싶은가”를 제대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부모님과 퍼붓듯 쏟아 붓는 사랑으로 아이를 불안과 우울로 몰아가는 부모인지 생각하는 건 참 중요한 일이거든요.
5) 부모가 되면 ‘내 아이 정말 잘 키워야겠다“는 압박을 느껴서 그런 것도 같아요. 어떻게 하면 부모의 가르침이 올바를까 좀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좀 전 얘기한 휴렛 교수에 따르면 40여 년 전 아카 피그미 족의 어른들은 사냥 중간에 쉴 때 자녀들에게 작은 도끼나 땅 파는 작대기, 칼 등을 눈여겨보게 했다고 해요. 그리고 단순한 놀이를 통해서 여러 도구의 사용법을 가르쳤지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해요.
휴렛 교수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카 족의 교육은 헬리콥터 부모와 달리 자녀의 자율을 중시했고,
그런 가르침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인간 본성에 충실한 교육이 현대의 경쟁 위주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어요.
즉 부모의 계획된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충실한 교육을 강조한 거죠.
5) 자녀의 정신건강이 위협받지 않으려면 부모가 아이의
양육자이자 지원자 역할을 하면서 실수를 하더라도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교훈도 얻고요. 당당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인간의 본성 중 ‘배움’ 본성도 있어요. 자녀는 부모가 가르치는 대로 움직이는 피동형이 아니라 능동형이에요.
자녀의 배우고 싶은 욕구를 터주는 게 부모 역할이구요. 자기주도학습이니 스스로 하는 학습 등의 핵심이 아이의 자율성 존중이잖아요. 이 자율성을 빼앗으면 동기를 억누르는 것이니까 특히
영유아기 아이도 아닌 어느 정도 자란 자녀에게 모든 것을 대신 해 주겠다는 자세, 넌 가만히 있고 하라는 대로 하라는 식의 자녀 교육은 ‘자녀 무뇌 만들기’이고 심지어 자녀로 하여금 불안과 우울감을 높여 인생 살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거니까요.
자녀 주위를 맴돌며 이것저것 지시하는 ‘‘헬리콥터 부모’는 인간 본성에 어긋나는 교육을 하고 있는 거죠. 부모 역할은 자녀가 독립된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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